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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3 <질투는 나의 힘> 관객의 힘을 빌려라
2002-03-08

영화 완성 전에 팬클럽 조직한 <질투는 나의 힘>

이미 결과를 낸 사람이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에 비해, 준비중인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기대의 감정은 더욱 극단적이다. 현재 막바지 촬영중인 청년필름의 <질투는 나의 힘>은 ‘한 남자에게 두번씩이나 애인을 빼앗길 위험에 처한 젊은이의 선망과 질투’에 대한 이야기.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박해일과 배종옥, 문성근이 주연을 맡은 이 다소 기묘한 멜로의 마케팅을 담당한 심현우 실장은 “한 젊은이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어떻게 하면 쉽고 편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한 문구는 ‘삼각관계 로맨스’. 자칫 진부해질 수도 있는 삼각관계나 로맨스란 단어를 과감히 끌어들인 것은 <해피엔드>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해피엔드>는 내용으로 보자면 누가봐도 ‘치정극’이라는 설명이 가장 적합한 영화였지만 자칫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 해서 미화시킨 표현이 바로 ‘핏빛 멜로’. 하지만 “느낌이 네가티브하더라도 오히려 세게 밀고 나가면 장점으로 바뀐다”는 한 주변인의 충고에 의해 ‘핏빛 멜로’라는 달콤한 말 대신 다소 살벌한 ‘치정극’이라는 단어를 과감히 카피에 집어 넣었고 오히려 그 말은 영화에 대한 강렬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으로 관객들에게 이해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질투는 나의 힘>의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마…. 나도 잘해요”라는 엉뚱하면서 직접적인 대사 역시 카피가 되어 포스터에 등장할 수 있었다.

‘살리기’ 이전에 ‘안죽이기’운동

그러나 무엇보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주목해야 할 마케팅 방식은 영화의 팬클럽을 제작사가 미리 조직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이해와 홍보를 펼치고 있다는 것. 그간 호평 속에서도 흥행부진을 면치 못했던 영화들이 개봉 뒤에야 관객에 의해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면 미리 ‘안 죽이기 운동’에 나선 것이다. “솔직히 <와이키키…>나 <고양이…>같이 좋은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는 것을 보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영화 개봉 뒤면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다. 요즘 한국영화 배급 분위기는 배우나 소재만 가지고도 쉽게 ‘지루한 영화’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개봉 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모임의 이름은 영화컨셉만큼이나 솔직하게 ‘질투사랑’. 회원에 선발된 25명 정도의 정회원들은 영화 시나리오와 콘티북을 받고 그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얼마 전엔 촬영현장 탐방을 비롯, 감독, 배우 스탭과의 만나는 1차 정기모임을 가졌다. 향후엔 영화 편집본 시사 및 모니터링 등을 갖게 된다. 온라인상의 질투사랑(www.freechal.com/jiltu)의 메뉴 중에는 시놉시스나 출연자, 감독에 관련된 자료들을 통해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한편 “…박성연은 처음에 아주 매력적으로 등장해서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낯선 여성으로- 중반까지도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그 이미지가 허물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ID:alibialibi)” 식의 시나리오에 대한 비평 혹은 감상, 촬영장 에피소드, 게시판 등의 메뉴를 꾸려놓고 있다. 현재 온라인에는 105명의 회원들이 가입해 있고 50여명의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접속하고 있다.

“처음엔 만들면 귀찮기만 하다고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제작사나 회원들이 동시에 만족하고 있는 수준이다. 회원들의 활동이 지금 당장 영화의 관객을 동원하고, 얼마만큼의 마케팅 효과를 얻어낼까를 기대하기보다는 영화개봉 후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청년필름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확신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중에 우리와 함께 일할 영화인을 배출해낼 수도 있는 거고….”

<질투는 나의 힘>은 앞으로 이외에도 오프라인 마케팅의 들러리 정도로 치부되어왔던 온라인 마케팅의 강화해 오프라인:온라인을 50:50의 비율로 홍보활동을 배분할 예정이고, 극중 박해일이 부르는 노래 <꽃잎>을 메인 타이틀로 한 색다른 O.S.T와 뮤직비디오도 발매할 것이라고. 물론 개봉일을 올해 9월 정도로 잡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만들어내고 발전시킬 새로운 마케팅 아이템은 무한대다.

독립된 크리에이티브 분야로

영화사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동이 잦다. 일은 많고 빛은 잘 안나는데다, 스타만을 내세운 홍보, 개봉 전 1, 2주 동안 쏟아지는 엄청난 양과 액수의 물량공세에 가려 마케팅의 크리에이티브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점점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큰 영화에 다양한 개성을 지닌 영화가 묻히지 않기 위해선 새롭고 창의적인 마케팅이 절실하다. 마케팅은 영화의 좋은 점 몇가지를 알리는 단순한 홍보가 아니다. 총체적인 마케팅의 개념을 들여온 앞의 영화들이 가지는 의미는 그래서 특별하다. 보이지 않지만 제작현장만큼 뜨겨운 막후의 승부를 위해 마케팅 담당자들은 오늘도 악전고투하고 있다. 백은하 lucie@hani.co.kr▶ <나쁜 남자> <버스, 정류장> <질투는 나의 힘> 마케팅 사례 연구

▶ 전략1 <나쁜 남자> 감독을 브랜드화하라

▶ 전락2 <버스, 정류장> 관객의 감성에 다가가라

▶ 전략3 <질투는 나의 힘> 관객의 힘을 빌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