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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중견 프로듀서들의 히든 프로젝트 [8] - 황정욱
황혜림 2002-03-08

드림써치 대표 황정욱의 <마징가>

마징가의 전설, 베일을 벗다

구상하게 된 계기는? <리베라 메>를 찍던 2000년 여름에 장난처럼 시작된 얘기다. 우리 세대, 30∼40대의 어린 시절을 장악했던 마징가에 대한 기억을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말이 나왔는데, 유치하다고 할까봐 걱정한 것과 달리 현충렬 이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선뜻 해보자고 했다. 20여년 전 MBC에서 방영된 <마징가>는 우리 세대에게 아주 재밌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6·25와 반공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어린 마음에도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심리, 절대 강자에 대한 동경같은 게 있었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원작의 판권 계약을 타진해왔는데, 원작자 나가이 고쪽과 접촉할 경로도 잘 모르고 해서 반년쯤 헤맸다. 판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징가로 가능한 15가지 버전’의 시나리오를 개발해왔다. 계약이 안 되면 마징가의 원래 디자인을 포기하고 깡통로봇을 개조한 것 같은 마징가로 갈까, 마징가가 안 나오면 또 어떨까 등등. 다행히 <리베라 메>의 일본 개봉을 맡았고, <바람의 파이터>도 같이할 일본쪽 파트너인 양시영씨의 프랩엔터테인먼트가 다리를 잘 놔줘서 판권 계약에 진전이 있었다. 지난 1월 나가이 고의 프로덕션에 가서 협상하고, 현재 계약 마무리 단계다. 대중적 호소력의 근거는? 마징가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있으니까. 액션과 SF의 볼거리는 기본이고, 코미디가 아주 진하다. 허접스런 웃음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역사적인 사실을 소품삼아 마징가가 등장해 적들과 결전을 벌이기까지를 일종의 음모이론으로 풀어갈 것이다. 요즘도 테러로 비행기가 빌딩에 떨어져 수백명이 죽는데, 미래에 로봇 테러가 이상할 것도 없다. 내가 못 보는 뒤쪽에서 일어날 법한 일, 인과응보가 있다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또 마징가는 일본에서도 중요한 캐릭터고, 나가이 고쪽도 반다이와 3D로 리메이크를 준비중이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만 봐도 시장 가능성이 높은 기획이다.

현실화 계획은? 기본 투자는 넥스트 벤처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고, 40억원으로 예상하는 순제작비 중 20%는 프랩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일본에서 끌어올 계획이다. 연출을 맡은 박종대 감독은 신인이지만, 제이콤 시절 김종학 감독 수하에 픽업될 만큼 인정받던 사람이다. 만화, SF 계통에 밝은 영상원 교수에게 추천받았는데, 6개월 정도 손발을 맞추면서 신뢰도 쌓였다. 시나리오도 그가 직접 2고에 이어 3고째 손질중이고, 상황과 대사를 다듬어줄 작가는 거의 섭외를 마쳤다. 배우는 재밌으면서 비교적 신선한 얼굴로 갈지, 스타급으로 갈지 아직 고민중이다. 크랭크인은 6∼7월경, 개봉은 크리스마스 혹은 아예 내년 여름을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 혹은 산업적 의의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게 정말 의미있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는 것,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 것도 좋고. 산업적으로 보면,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소재와 장르다. 또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드문 방식으로 만화와 실사를 결합하는 시도가 될 거라 본다. 올해 개봉을 앞둔 <스파이더맨>처럼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를 이용해 만화 원작에 비교적 충실하고 사실적인 실사영화를 만들어낸 경우는 할리우드에도 많지만, <마징가>는 좀 다르다. 원작에 없는 트위스트인데다가 특수효과와 미니어처, 특수촬영기법, 실사를 한 몸뚱아리로 합치는 실험을 준비중이다.

성패의 관건은?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징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하면 만화 느낌이 아니라 그럴 듯하게 보여주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맨 인 블랙>은 만화적인 설정에 유쾌하고 웃기지만, 마지막에 그럴싸한 긴박감이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산뜻하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게 끝낼 수 있을까. 자칫 실없는 얘기 같아서 진짜 하는 거냐, 애들 영화, 만화영화 아니냐는 말을 듣는데, 그걸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로봇이 나와도 탱크나 전투기를 보듯 실감있게 보여주는 것. 또 <스타워즈>나 가 잘 안 되는 나라에서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마징가>는 어떤 영화?

근미래의 한국, 일단의 세력에 의해 로봇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한다. 겉보기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판매조직 같은 이들은, 사실은 지구 정복의 야심을 지닌 집단. 평소에는 보통 사람들처럼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던 지구평화협의회와 강 박사는, 이들의 음모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이러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에서 오래 전 비밀리에 개발했다는 마징가를 내보내자는 것이다. 수십년 동안 모습을 드러낸 일이 없는 마징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어온 막강한 로봇. 하지만 마징가의 주변을 지켜온 사람들조차 실체를 본 일이 없어 의문을 품고 있는 형편이다. 마징가를 움직일 키를 지닌 조종사라는 말을 들은 주인공 역시, 마징가의 존재는 물론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는다. 과연 마징가는 존재하는 것일까. 테러와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마침내 마징가의 전설이 베일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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