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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손가락 말고 달을 보라

극장입장권통합전산망을 둘러싼 논쟁에 대하여

영진위는 지난 3월24일 <씨네21> 997호 포커스 ‘단순한 통계 오류 문제가 아니다’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통계정보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 <씨네21> 997호의 ‘포커스’ 기사 “단순한 통계 오류 문제가 아니다”(이하 ‘기사’)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씨네21>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통계정보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습니다”(이하 ‘입장’)라며 날선 반박을 날렸다. <씨네21>의 기사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씨네21>의 ‘기사’는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이하 ‘센터’)가 작성한 ‘영진위 극장입장권통합전산망의 문제점과 개편 방안 제안’(이하 ‘문제’)에 기초하고 있다. ‘문제’는 영진위쪽에 이미 전달된 자료였으며, 영진위는 <씨네21>의 취재에 응하며 ‘문제’의 문제점에 대해 자신의 입장(이하 ‘회신’)을 밝혔다. <씨네21>의 기사는 영진위와 센터의 주장을 비교하고, 평가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문제’(센터)-‘회신’(영진위)-‘기사’(씨네21)-‘입장’(영진위)이라는 맥락과 순서가 있다. 최초 문제제기의 입장에서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하 ‘통전망’)에 대한 쟁점을 풀어본다.

신뢰하기 힘든 시스템

간단한 통전망 상식 먼저. 2010년 3월17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을 통해 영화상영업자는 통전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만 한다.(영비법 39조) 통전망의 가입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명시되어 있으며, 영진위와 영화상영업자는 이를 준수해야만 한다. 영진위는 통전망을 운영하기 위해 ‘운영규정’과 ‘운영세칙’을 작성하며, 또 스스로 규정을 준수해야만 한다. 극장은 통전망에 가입한 경우에 한하여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해야 하는 영화상영신고의무를 면제받는다.(영비법 41조) 지방자치단체장은 등급분류 규정을 위반하거나,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 위반 등의 사항을 통전망을 통해 확인하여, 영업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영비법 42조, 45조, 95조, 96조, 98조) 한편 영화발전기금 중 관객이 부담하는 ‘입장권 부과금’ 수납의 확정 기준으로 통전망이 활용되기도 한다.

2000년 이후 국가가 공적 재원을 출자한 문화산업전문투자조합의 전체 운용 금액의 약 60% 이상이 영화산업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투자 집중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산업적 수준에서 볼 때 정산체계의 합리화를 이루어낸 측면이 강하며, 그 기반에 통전망이 있다는 영화산업 차원의 평가이다. 또한 영화 관객은 보다 빠르게 개별 영화의 관객수나 예매율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개별 기업이 제공할 수 없는 영화 관람의 편익을 통전망이 제공했다는 평가도 더해진다. 그렇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시스템이다. 전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시스템이다. 이 제도의 근간은 단언컨대 ‘신뢰’다. 가입률 99%에 달하는 통전망, 2004년 이후 만 10년 넘게 지속해온 통전망, 연간 관객수 2억명이라는 믿기지 않지만 믿을 만한 통계 수치. 이 모든 것의 근간은 통전망이 신뢰성 있게 운영되고 있다는 영화계와 영화 관객, 영화산업, 문화부와 국가행정체제 모두의 공통된 신뢰에 기반한 것이다. 이 신뢰에 의문이 생긴다면?

어떤 기술적 시스템도 오류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스템을 신뢰할 만한 어느 정도의 수준이란 게 존재한다. 통전망이라면, 스크린 수가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크린 수는 몇개인가? 왜 볼 때마다 그 숫자가 출렁이는가. 당장 2014년 기사만 검색해봐도 2014년 8월4일 기준으로 2584개란 기사가 검색된다. 그런데 2014년 12월31일 기준으로 2281개로 변했다. ‘문제’의 제기 역시 3대 극장의 스크린 수에서 통전망과 극장쪽 데이터가 257개나 차이가 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영진위의 해명이 너무나 간단해서 허탈하다. 왜 200개 이상 차이가 발생하냐고 물었더니, 롯데월드타워 사례가 잘못되었다는 답변이다. 그러면서 ‘통계의 집계시점과 집계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입장)으며, 이를 위해 ‘상시적인 데이터 관리’(입장)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왜 6월 또는 8월 집계와 12월 집계가, 어떤 기준으로 인해 그렇게 심하게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는다. 매년 여름이면 스크린 수가 늘었다가 연말이면 줄어드는 통전망을 보며,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며, 과연 통전망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문제’가 제기한 통전망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스크린 수조차 오락가락하는 초보적인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와 운영의 원칙에 대한 거였다. 첫째, 애초 설계상 관람객이 없거나 0원 관객만 있을 경우 상영내역이 사라지도록 되어 있다는 점. 둘째, 소속 체인이 변경될 경우 이전 소속 체인의 데이터를 모두 없애도록 하는 것이 운영 원칙이라는 점. 셋째, 0원 관객수를 전체 관객수 집계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 넷째, 예매오픈일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 그런데 영진위의 반론 보도자료에서는 위의 문제제기에 대한 사실관계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첫째, 상영내역이 사라지는 것은 오류가 아니라 데이터 처리기준이 원래 그런 것일 뿐. 둘째, 이전 데이터가 다른 체인으로 변경되는 문제에 대한 지적에 대해 극장상호 입력을 잘못 했을 뿐이라며 개관일에 대한 기준을 새로 잡아보겠다는 동문서답식 답변. 셋째, ‘무료초대권 발권정보는 현재 통전망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통계처리 대상 범위가 아’니라는 어이없는 답변. 넷째, 예매 개시일에 대해 별도의 통계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이제야 테스트 중이라는 답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홈페이지.

영비법에 부합하지 않는 전산망

영진위 보도자료가 공언하듯 “극장 및 전송사업자 그리고 위원회 사이에 합의되어 운영되고 있는 통합전산망 데이터 처리기준”에 따라 통전망이 영진위의 답변대로 운영되고 있다면, 그 통전망이 영비법상의 통전망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통전망은 극장 및 전송사업자와 영진위가 합의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법률에 근거해서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영비법 시행규칙상에 통합전산망 자료는 ‘영화상영관 명칭, 상영 영화의 제목, 영화 상영기간, 영화의 상영등급, 영화 제작자의 국적, 영화 관람요금, 입장권 판매액(영화별 및 날짜별 구분), 영화상영관의 입장객 수, 그 밖에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운영규정과 세칙에는 무료초대권 또한 입장권 정보 중 일부이며, 7일치의 상영스케줄까지도 전송해야 하는 데이터로 규정되어 있다.

문제제기에 대한 영진위의 답변 중 어느 것이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운영규정, 운영세칙에 부합하는가. 이를테면 사라지는 상영내역을 당연한 듯이 전제하는데, 이는 명백히 법률 위반이다. 영화상영신고조항 위반이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신고 없이 상영한 것에 해당한다. 영진위는 우리가 극장과 합의해서 운영하는 시스템이 원래 그런 거니 지자체보고 이해하라고 할 것인가.

“지속적으로 개선점을 확인하고 보완해나갈 것”이라는 영진위 보도자료의 마지막 말이 너무 옹색해 보인다. 유감을 표할 것이 아니라, 제기된 문제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할 일이다. 영진위와 극장과 전송사업자가 합의한 통전망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영비법을 지키는 제대로 된 통전망을 보고 싶다. 13년째 개선점만 확인하고 보완해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