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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헬> 영화 vs 현실
2002-03-15

창녀, 아편, 그리고 음모론

<프롬 헬>과 현실이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무엇보다 희생자들의 외모다. 영화 속의 창녀들은 모두 젊고 아름답다. 그중 한명은 영국 왕자와 남몰래 사랑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러나 100년 전 살해된 창녀들은 잭 더 리퍼가 아니었다면 손님을 찾기도 힘들었을 늙고 추한 여자들이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아일랜드 출신에 선량하고 아름다웠던 젊은 메리 켈리가 유일한 예외였다. 살해된 순서나 이름은 사건 파일을 그대로 따랐지만 한창 때 억울하게 살해당하는 여인들은 현실보다 훨씬 드라마틱해 보일 것이다.

잭 더 리퍼의 정체에 대해서도 <프롬 헬>은 극적인 요소를 많이 추가했다. 영화 속에서 창녀 앤과 비밀 결혼식을 올린 앨버트 왕자는 1880년에 실제로 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는 비천한 여인과 비밀리에 결혼했는데, 그 여자의 친구인 메리가 영국 왕실을 뒤흔들 로맨스에 관해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메리가 이 놀라운 비밀을 거리의 친구들과 공유했고 그 대가로 왕실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믿었다. <프롬 헬>은 여기에 비밀 결사 프리메이슨과 영국 경찰의 음모를 덧붙이면서 다소 의외의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수사관 애벌린 역시 공들여 손질한 인물이다. 애벌린은 메리 앤 니콜스 사건을 담당하면서 잭 더 리퍼와 연관돼 마지막 현장인 메리 켈리의 방에까지 들어갔던 인물. 그러나 아편에 취해 꿈을 꾸면서 범행 현장을 투시하거나 메리 켈리를 사랑한 적은 없었다. 평범한 아저씨처럼 생긴 애벌린은 잭 더 리퍼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채 1892년 무사히 은퇴했다. <프롬 헬>의 조니 뎁처럼 아편에 취한 채 갑작스런 죽음을 맞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밖에 왕실 주치의인 윌리엄 걸 경이나 살인을 저지르는 방식, 기록된 정황, 메리 켈리가 숨어 지내던 방 등은 현실과 거의 일치하는 요소들이다. <프롬 헬>은 원작이 가졌던 비판의 기운을 개인적인 드라마로 축소시켰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현실을 누비며 그럴듯한 픽션을 더한 이 영화가 미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스크린 연쇄살인마의 원형 잭 더 리퍼 이야기

▶ <프롬 헬> 영화 vs 현실

▶ 휴즈 형제가 <프롬 헬>을 상영하기까지, 6년간의 제작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