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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합법 클라우드펀딩의 시작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투자형 펀딩 법적 인정

글: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26년>

클라우드펀딩이 합법화되었다.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와 <26년> 등 많은 영화들이 클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조달한 사례가 있는데, 그럼 이들이 모두 불법이었단 말인가라며 반문할 분들이 많을 듯하다. 물론 기존의 영화 관련 클라우드펀딩이 불법이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클라우드펀딩이 클라우드펀딩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제작비를 십시일반 공개 모집한다는 발상 어느 곳에 문제가 있을까? 우선 물품이나 서비스 등을 대가 없이 후원 또는 기부받는 경우에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 기부금품법상 기부를 받기 위해서 반드시 기부받을 수 있는 주체와 해당 프로젝트를 행정관청에 등록받을 것을 요구한다. 등록조건도 까다롭다. 또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법상 금융기관이 아니거나 출자금을 초과하는 대가를 약속하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 한마디로 허가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제작비를 공개 모집하면 불법이 된다.

물론 <씨네21>이 운영하는 펀딩21이나 텀블벅, 굿펀딩 같은 기존 클라우드펀딩 시스템은 후원의 대가를 후원금의 크기보다 작게 제공하는 일종의 판매행위를 부대조건으로 달아 법망을 피해간다. 클라우드펀딩이 아니고 통신판매업인 것이다. 합법적이지만 목적과 방법이 뒤바뀐 일종의 편법이다.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다. 기업이나 프로젝트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소액투자를 받을 수 있다. 개인은 연간 최대 2천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당연히 투자자 보호 같은 법적인 안전장치도 포함된다. 클라우드펀딩에는 기부/후원형과 대출형, 투자형이 있다. 기존 클라우드펀딩은 기본적으로 편법적인 기부/후원형이었다. 이 경우 영화가 수익이 나도 참여자에게 수익을 나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제 투자형이 법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성장사다리펀드 5천억원을 조성해서 클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까지 밝혀진 구상은 1클라우드펀딩+1펀드투자의 형태이다. 클라우드펀딩 1억원이 성공하면 정책 펀드도 1억원을 매칭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반갑다.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영화들에 단비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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