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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농축된 사운드

빈티지 트러블 《1 Hopeful Rd.》

어떤 음악을 설명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탁월한 선배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너도나도 써먹은 방법론이기에 잘못 카드를 꺼냈다가는 자칫 고루함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런 표현은 어떤가. “제임스 브라운이 리드하는 레드 제플린 같은 밴드.” 궁금증이 확 일지 않는가? 이 낚시질의 주체는 내가 아니다. 미국의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이 빈티지 트러블이라는 밴드를 향해 내린 평가다.

빈티지 트러블은 2010년에 결성된 미국 출신 밴드다. 그들은 누가 들어도 제임스 브라운을 연상케 하는 보컬 타이 타일러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음악을 선보이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들의 커리어 하이는 아마도 <데이비드 레터먼 쇼> 출연이었을 것이다. 이 무대에서 그들은 제임스 브라운과 레드 제플린이 빙의된 듯 엄청난 라이브를 들려줬다. 영상을 보면 강력한 솔을 탑재한 보컬이 난리 법석을 부리면서 관객석까지 휘젓고 다니는 와중에 나머지 멤버들은 단단하면서도 블루스 록의 기운이 녹아 있는 연주로 그 뒤를 받쳐준다.

예상대로 빈티지 트러블은 저 유명한 블루 노트와 계약을 체결했고, 얼마 전 대망의 메이저 데뷔작 《1 Hopeful Rd.》를 냈다. 음반에서 그들은 70년대보다 더 이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50년대 초반, 로큰롤이 리듬 앤드 블루스라고 불렸던 그 시절 말이다. 여기에 가스펠, 솔, 펑크(funk), 하드록 등을 섞어낸 그들의 음악은 한마디로 ‘찐’하다. 로큰롤과 (하드)록도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그것의 역사 전체를 농축해 우려낸 듯한 인상이다. 과연, 빈티지라는 단어를 밴드 이름으로 쓸 자격이 충분한 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