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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서촌에서 펼쳐지는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연애담
정지혜 사진 최성열 2015-10-09

<최악의 여자>(가제) 촬영현장

“류가헌 갤러리요? 저도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팔로, 팔로 미….” 은희는 서울의 모든 풍경이 낯선 료헤이를 이끌고 골목길로 접어든다. 경쾌한 걸음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 앞에 어떤 길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촬영하다가 담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웃음)” 김종관 감독이 자신의 스틸 카메라로 이와세 료와 한예리의 한때를 찍어둔다. 그러다 또 모르잖나. <최악의 여자>의 포스터 컷이 이 순간 탄생할지도.

은희 덕에 료헤이가 무사히 도착한 이곳은 료헤이의 책 출간 기념회장. ‘안 팔리는’ 소설가 료헤이는 등 뒤에서 곧 자신을 부를 출판사 담당 편집자 규환(김준범)과의 어색한 만남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촬영장도 서촌, 숙소도 서촌. 아침에 일어나면 까치가 정말 귀엽게 울어요. 서촌이 제2의 고향 같습니다. 하하하.” 쉬는 시간, 서촌 예찬에 즐거워하던 이와세 료. 하지만 촬영에만 들어가면 소설가 료헤이로 돌변한다. 모니터를 볼 때도 더없이 진지한 청년이 된다.

“소풍 나온 것 같다. 이렇게 볕 좋은 가을날 걷기 좋은 서촌에서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웃음)” 9월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골목길에서 만난 한예리가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활짝 웃는다. 그녀의 마음을 한껏 설레게 만든 작품은 김종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최악의 여자>(가제)로, 한예리는 주인공 은희 역을 맡았다. 이날의 촬영은 단역배우인 은희가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책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료헤이는 우연히 만난 은희에게 길 안내를 부탁한다. 은희는 그런 료헤이가 싫지 않은 눈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래된 한옥들 사이로 난 골목길을 따라 함께 걷기 시작한다.

풋풋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건가 싶지만 사실 은희는 지금 곤경에 처했다. 몇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현오(권율)와 지난해부터 현오 모르게 만나기 시작한 유부남 운철(이희준), 이 두 남자만으로도 은희의 마음은 복잡한 상태다. 그런 은희 앞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료헤이가 불쑥 나타난 것이다. 한예리는 “세 남자를 만날 때 은희의 모습이 조금씩 바뀐다. 그런 은희가 ‘최악의 여자’라고? 글쎄, 난 최고의 여자 같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에 따라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경험을 하지 않나. 그걸 좀더 극적으로 풀어냈다. 은희를 나쁜 여자로만 보기보다는 그녀가 조금 더 행복해지는 쪽으로 자신의 선택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데 공감하며 봐주길 바란다”고 전한다. 이날 촬영은 없었지만 잠시 현장을 방문한 권율 역시 “현오도 은희와의 관계에 권태를 느끼며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은희와 정리하지 못하고 익숙한 관계 안에 계속 머물러 있다. 은희와는 정말 징글징글한 멜로를 보여주게 될 것 같다”고 귀띔한다. 각기 다른 매력의 세 남자를 만나면서 작은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계속 하게 되는 은희는 과연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까. 영화는 10월7일 크랭크업을 목표로 서울의 서촌과 남산을 오가며 촬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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