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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버디 무비의 플롯으로 두 신부의 관계를 풀었다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5-11-12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발전시킨 이야기다. <12번째 보조사제>는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구마(驅魔) 의식이라는 낯선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두명의 신부가 부마자의 몸속 악령을 퇴치하는 이야기인 <검은 사제들> 역시 밀도 높게 스릴과 공포를 쌓아나간다. 강동원과 김윤석이라는 두 배우의 이름과 연기에 먼저 눈이 가지만 영화 자체가 선사하는 쾌감 역시 만만치 않다. 탄탄하고 과감한 연출력을 선보인 장재현 감독은 올해의 신인감독으로 손꼽기에 손색없어 보인다. 한국 상업영화의 장르와 소재의 지평을 넓혀줄 영화 <검은 사제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장재현 감독에게 들었다.

-단편 <12번째 보조사제>가 지난해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고 그 뒤 1년여 만에 장편으로 완성했다. 놀라운 속도로 장편 데뷔작을 만들었다.

=<검은 사제들>은 3년 전부터 구상했다. 어느 정도 트리트먼트가 완성된 다음, 하이라이트 부분을 단편으로 먼저 만들었다. 그러니 1년이 아니라 4년을 준비한 셈이다. 영화의 소재가 생소하다보니 단편으로 먼저 찍어 가능성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단편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그(수상) 덕에 좋은 제작사(영화사 집)와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

-단편을 장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시나리오로 얘기하자면, 단편은 2막의 클라이맥스만 존재하는 영화다. 장편으로 만들면서 인물소개와 기본 설정들을 보여주는 1막과 3막이 더해졌다. 영화는 최 부제(강동원)의 시선을 따라 흘러가는데, 신부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가 사람들에겐 낯설 수 있기 때문에 좀더 친숙한 캐릭터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했고, 관객이 최 부제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김 신부(김윤석)에 대한 서스펜스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했다.

-패스트푸드점 창가 너머, 어두운 곳에서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던 신부의 모습을 본 기억이 <검은 사제들>의 출발점이었다고 얘기했다. 거기에 어떻게 이야기의 살을 붙여나갔나.

=오래전 일인데, 왠지 그 신부님이 세상을 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에서 악과 싸울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이 소재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구마(사람의 몸에 깃든 악령을 쫓아내는 가톨릭의 예식)를 떠올렸다. 당시 봤던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2013)의 영향이 컸는데, 결국 가장 영화다운 건 가장 체험적인 게 아닌가 싶더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도 마찬가지인데, 멀미가 날 정도로 화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는 영화가 현대적이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음 같아선 한 시간 내내 구마 장면만 보여주고 싶었다. (웃음) 두 인물이 부딪히는 이야기는 <투캅스>(1993) 같은 느낌이어도 좋겠다 싶어서, 노련한 신부와 신참 신부가 갈등하다 교감하는 버디 무비의 플롯이 생겨났다.

-장미십자회의 12형상이라는 종교적이고 서구적인 소재를 가져왔다. 이것을 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영화에선 김 신부와 최 부제가 장엄구마예식을 하기 전 제천 법사가 굿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퓨전’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오히려 고전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성직자들의 생활을 정말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그게 곧 한국적인 모습일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는 신부들보다 무속인들에 대한 취재를 더 많이 했다. 사실 종교의식 사이에 서로 공통분모들이 많다. 무당은 방울을 쓰고 신부들은 종을 쓴다거나, 무당과 영매처럼 구마사와 보조사제가 있는 것처럼. 캐릭터를 잡는 데도 무속인들 취재가 도움이 됐다. 강신무와 세습무에 빗대 두 캐릭터를 설명할 수도 있다. 강신무의 경우 전생에 업보가 있어 그 업보를 풀기 위해 내림굿을 받아 운명적으로 무당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최 부제 역시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결국 구마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캐릭터란 점에서 그의 전신은 강신무일 수 있다. 강신무에게 내림굿을 하는 이가 세습무인데, 그런 점에서 김 신부의 전신은 세습무일 수 있고.

-부마자의 신체변화라든지, 사전 조사를 치밀하게 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관련 외국 서적들을 찾아보니 부마자의 몸속에 깃든 악령이 어떤 식으로 말을 하고 반응하는지나와 있더라. 단순 정신병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신부들이 속지 않으면 위협을 가하고, 구마를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고, 신부들이 괴롭혀 악령을 쫓아보내려 하면 부마자가 반격을 한다. 마치 액션영화처럼 기승전결이 있다.

-종교가 있나.

=기독교다. 3년 전부터는 성당도 가고 교회도 간다. 짬뽕 크리스천이다. (웃음)

-말로 설명해야 할 것들이 많은 영화다. 너무 설명적인 영화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없었나.

=초반에 좀 이해가 안 되고 낯선 부분이 있겠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이해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인터스텔라>(2014)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 굉장히 어려운 영화지만 결국엔 다 이해가 되잖나. 아니, 이해를 못해도 재밌게 보게 되잖나. (웃음)

-골목과 대로변, 휘황찬란한 도시의 풍경과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박소담)의 다락방처럼 빛과 어둠을 대비해 보여주는 장면이 많다. 특히 깜깜한 골목에 덩그러니 서 있는 인물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낮 촬영은 최대한 사실적으로, 밤 촬영은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대비해 보여주는 게 촬영 컨셉이었다. 또 골목이나 방 안처럼 좁은 공간에서 많이 찍었다. 공간이 좁다보면 촬영에 불편함도 많고 제약도 많은데 해볼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보자 싶었다.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는 템포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했다. 또 골목이란 게, 도심에서 빛과 어둠의 대비를 가장 보여주기 쉬운 장소이지 않나.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들이 있다면.

=<엑소시스트>(1973)야 워낙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영화라 안 볼 수 없었지만, 다른 엑소시즘영화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사이에서>(2006), <영매: 산 자와 죽은자의 화해>(2002) 같은 무속 관련 다큐도 찾아봤다.

-성균관대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에 입학했다. 영화감독이 꿈이었나.

=어려서부터 시네필이었지만 스물여섯살 때에야 학부(성균관대 영상학과)에 들어갔다. 깡촌에서 살아서 고등학교 다닐 당시엔 영화과가 있는 줄도 몰랐다. 고3 담임선생님이 원서를 써줬고, 그 학교에 붙으면 그냥 가는 거였다. 그렇게 상경해 공대에 입학했는데, 서울에 와보니 그전까지 내가 알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더라. (웃음) 그래서 한 학기 다니다 그만두고 군대에 들어갔다. 군대에선 비행기 정비 일을 했다. 당시 구독해서 보던 <씨네21>에 시놉시스 공모전이 떴기에, 공모전에 응시하려고 시나리오 책도 보고 글도 쓰기 시작했다.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아직은 없다. 오컬트 기반의 영화들을 워낙 좋아하는데, 그런 장르의 영화를 두세편 더 만들어보고 싶다. 어릴 때 살던 동네가 귀신이 많이 나오던 오컬트적인 동네였다. (웃음) 경북 영주시 평은면 제비골에서 살았다. 초등학교 전원이 12명인 분교에 다녔고, 등교할 때 가끔 멧돼지도 나오곤 했다. 어릴 적 그런 경험들이 내 영화적 취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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