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마감인간의 music
[마감인간의 music] 뮤지션으로 거듭나다

박재범 《WORLDWIDE》

2PM 탈퇴 후의 박재범은 늘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그가 자신의 힙합 레이블 ‘AOMG’를 설립한 까닭도 있겠지만 더 정확한 이유는 그가 보여주는 ‘태도’ 때문이었다. 트위터 등에서 보이는 그의 태도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한국의 연예인’이 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했다. 요약하면 이런 것이었다. ‘좋아해주면 고맙지만 싫으면 어쩔 수 없어. 나의 행동을 싫어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미리 의식해 행동하지는 않겠어.’ 그리고 이런 그의 태도가 힙합이 장르적으로 고수해온 특유의 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박재범의 새 앨범에는 무려 18곡이 들어 있다. 또 노래보다 랩에 중점을 두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앨범과 관련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이 앨범을 통해 비로소 완전히 ‘힙합’ 뮤지션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이다. 박재범은 이 앨범에서 자신의 성공이 정당한 과정을 통해 명분 있게 이룬 ‘셀프메이드’(자수성가)임을 강조하는 한편, 끊임없이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신의 ‘허슬’(열심히 사는 태도)을 내세운다. 또 돈에 대한 욕망과 가짜들을 향한 적개심을 솔직하게 전시하고, 결국은 이 모든 것이 가족과 내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외치며 ‘패밀리즘’(가족주의)에 안착한다. 랩만 좋아하거나, 힙합 ‘음악’만 좋아해온 사람이라면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앨범에 담긴 박재범의 거의 모든 태도는 힙합이라는 장르가 ‘문화’이자 ‘삶의 방식’으로서 오랫동안 ‘자기의 것’으로 간직해온 요소들이다. 이 앨범을 듣고 박재범의 랩에 대한 취향이 갈릴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가 이 앨범을 통해 힙합의 고유한 태도와 멋을 근사하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쉽사리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