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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디스코왕 되다> 촬영현장
2002-03-20

우지마라 봉자야, 우리가 간다

여기저기 조명과 촬영용 각종 장비와 코드들이 복잡하게 늘어져 있는 비좁은 단란주점 안이 술렁거린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 촬영현장이 배우들의 등장으로 돌연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머리에 기름 바르고 촌티패션으로 쫙 빼입고 좀 머쓱해하며 나타난 임창정, 양동근, 이정진에게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야 너 딱이다”, “그렇지? 나도 이렇게 잘 어울릴지 몰랐어. 나 앞으로 이렇게 하고 다닐까봐”며 너스레를 떨던 임창정이 왼쪽 가슴께 꽃까지 꽂은 이정진을 향해 “너 꼭 신부아버지 같다. 딸 시집보내는 심정이 어떠냐?”며 놀려댄다.

오늘 촬영분은 봉자(한채영)를 구하기 위해 해적(이정진), 봉팔(임창정), 성기(양동근)가 술손님을 가장해서 ‘야시룸싸롱’에 들어가는 장면이다. 하지만 마스크까지 쓰고 위장했던 봉팔의 정체가 들통나고 한바탕 주먹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몇번의 리허설을 거쳐 본촬영을 끝마쳤지만 긴가민가하는 표정의 김동원 감독은 끝내 다시 찍어보잔다. 상황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는 것 같다고.

1998년 자신이 만들었던 26분짜리 단편영화 를 장편으로 찍고 있는 김동원 감독은 제작비가 150만원에서 자그마치 25억원으로 업그레이드된 만큼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듯. 이제 스물아홉의 김 감독은 “이 영화는 순수한 리얼리티와 상상력이 가미된 표현주의가 공존하는 달동네SF예요. 홍상수식과 이명세식의 결합이라고 할까…” 달동네는 인간미가 남아 있고 또 다닥다닥한 공간구조가 형이상학적이라 매력적인 곳이라며 따뜻한 내용에 창조적인 영상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의욕이 대단하다. 고소한 달고나향기 가득한 추억의 달동네를 무대로 벌어질 삼총사의 좌충우돌 봉자구출기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6월경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사진·글 오계옥

사진 설명

1. “혹시 찾는 아가씨라도 있습니까?” “봉자라고 괜찮은 애가 하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아버지 옷 훔쳐입고 머뭇머뭇 룸살롱으로 들어오는 삼총사.

2. “아 고건 좀 곤란하지요….” 봉자를 넘기라는 ‘황제디스코텍’의 협박에 ‘야시룸싸롱’의 배 사장은 곤혹스러워한다.

3. 실제로 독산동의 한 단란주점을 며칠간 빌려 ‘야시룸싸롱’ 장면을 찍고 있다.

4. <내 마음의 풍금>으로 시골풍경을 따뜻하게 담아냈던 전조명 촬영감독은 김동원 감독과 자그마치 40살 넘게 나이차이가 난다.

5. 단순무식 과격하지만 한눈에 반한 봉자를 구하기 위해 디스코대회에 나가는 해적 역의 이정진.

6. 사고당한 아버지를 대신해 똥도 푸는, 착하지만 바보스러운 봉팔 역의 임창정.

7. 어설픈 잔머리에 폼생폼사인 성기 역의 양동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