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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신작 <고스트 월드>
2002-03-20

시시한 세상에서 닮은꼴 찾기

Ghost World 제작 리앤 할폰, 존 말코비치, 러셀 스미스 감독 테리 지고프 출연 도라 버치, 스티브 부세미, 브레드 랜프로 수입 디지털네가 홍보 아트로드 개봉예정 5월중

“바보들만 인간관계가 좋은 것 같아.” 열일곱 에니드의 눈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멍청하고 시시해보인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에니드에겐 대학진학이랄지 취업이랄지, 미래의 계획이란 것이 없다. 단짝친구 레베카와 커피숍과 레코드숍을 드나들고, 특이한 사람의 뒤를 쫓거나 구애 광고자에게 장난전화를 거는 것이, 그녀가 사는 낙이다. 어느날 괴상한 광고를 낸 남자 시모어가 에니드와 레베카의 마수에 걸려든다. 시모어는 철 지난 레코드와 광고전단 수집광이자 금욕적인 은둔자로, 놀려먹기 딱 좋은 스타일. 그러나 에니드는 시모어와 자신이 많이 닮았음을 깨닫고, 점차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고스트 월드’는 고유한 문화가 사라져가고 획일화되는 도시, 목적없이 그곳을 떠도는 유령 같은 사람들의 세상이다. 에니드는 그 세상의 아웃사이더로, ‘자기만의 것’을 찾아 헤매는, 생의 활기로 약동하는 인물. 하지만 남들처럼 살기 싫다 해도, 자기 방식대로 사는 건 쉽지 않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뭘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기 때문. 그렇다. 십대들을 괴롭히는 건 최근 십대영화가 우겨대는 것처럼 성호르몬만이 아닌 것이다.

<고스트 월드>는 언더그라운드 작가인 대니얼 클라우즈의 만화가 원작이다. 감독인 테리 지고프는 만화와 그 작가들에게서 주로 예술적 영감을 얻는 모양. 1995년에는 만화가인 R. 크럼에 관한 다큐멘터리 <크럼>을 연출해 “미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고전”이라는 호평을 들은 바 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의 반항적인 딸로 출연했던 도라 버치가 맹랑한 소녀 에니드로, 연기파 배우 스티브 부세미가 에니드의 상대역인 시모어로 열연했다.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