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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하는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 개봉한 전명산 감독
2002-03-20

“서태지 팬들에게 예우 갖춰 상영하고파”

6mm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다큐멘터리 한편이 개봉한다. 3월15일부터 19일까지 아트선재센터(02-733-8945)에서 상영하는 서태지의 팬덤에 관한 130분짜리 다큐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가 그 주인공. 개봉 하루 전날 만난 전명산 감독은 정신없이 바쁜 상황을 “30분밖에 못 잤어요”라는 한마디로 갈음한다.

2000년 8월29일. 서태지가 4년7개월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날이자, 전명산 감독이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를 찍기 시작한 날이다. “그냥 우연이었죠.” 사회학과 대학원을 다니다 “현실을 바로 보기에 이론은 무용하다”는 생각에 허허롭게 공부에서 손놓고 있던 그해 여름, 디지털카메라인 소니 VX-2000을 사서 뭔가를 찍어보고 싶었던 그는 서태지 귀국을 취재하러 공항에 나가는 잡지사 기자 친구를 따라나섰다.

포토라인에서 서태지를 기다리던 중 그의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몇 천명에 이르는 질서정연한 군중, 그리고 그들의 무반주 합창. “검게 물든 입술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숱한 가식 속에서 오늘은 아우성을 들을 수 있어….” <시대유감>은 절규처럼 귀를 때렸고, 그 순간 서태지 대신 서태지의 팬들에게 붙박인 카메라는 이후 1년6개월 동안 그들의 뒤를 따라다녔다.

사실 지난해 11월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이것은…>은 객석의 호흥을 얻어 곧바로 서울상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연말이 되면서 극장 성수기와 맞물리는 바람에 2월로 밀렸다. 대관, 음향설비 문제 등이 해결되었을 때 ‘등급부여’라는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났다. 영진위로, 문화관광부로 쫓아다녔지만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처음이라서…”. 지금까지 6mm영화에 등급을 부여한 예가 없었던 것이다. 등급부여 규정도 모호해서 여기저기 쫓아다니느라 한달여를 보냈고, 우여곡절 끝에 겨우 전체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왜 극장개봉을 고집하느냐고 묻자 “만들면 보여주고 싶은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관객이 분명하게 있는 작품이잖아요.” 극장이라는 몇 백석짜리 커다란 공간을 원했던 건 1차 관객인 서태지 팬들에게 ‘예우를 다해, 형식을 갖춰서’ 상영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서태지의 열혈팬은 아니었다는 전명산 감독은 <이것은…>을 찍으면서 만난 서태지 팬들에 대해서는 ‘열혈호감’을 표한다. “한국사회에서 독특한 사람들이에요. 갖고 있는 에너지도 엄청나고, <시대유감> 사태에서 보듯이 젊은 세대들 중 뭔가를 해서 이겨본 유일한 청년집단이죠. 가까이서 보면 언론에 비친 모습과 너무나 달라요.”

영화개봉을 위해 혼자 뛰면서 느낀 불만 하나. “정부에서 디지털 상영관을 만들어주면 좋겠더라고요. 어떡하다보니 ‘감독’ 타이틀을 달았지만, 앞으로도 그 길을 갈지는 미지수다. 영상에 관심있고 <이것은…>도 카메라 한대와 컴퓨터 한대로 또닥또닥 만들어냈을 정도로 기계에도 관심이 있으니 내친 김에 영화의 길을 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은 학문의 길을 접고 미래에의 자유를 스스로에게 허했을 뿐. 글 위정훈 oscarl@hani.co.kr·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