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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같은,친구같은 노래를
2001-03-16

<와호장룡> 주제가 부른 대만 가수 코코 리 (CoCo Lee,李玟)

1975년 1월17일 홍콩 출생. 10살 때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민

93년 홍콩 TVB 신수가창대회 2위 96년 미국 U.C. 어바인 입학

94년 첫 만다린어 음반 <애취요진현재>로 데뷔

96년 소니뮤직과 전속계약 2000년 영어음반 , 만다린어음반 발매.<와호장룡> 오리지널사운드트랙에 주제가 부름

아시아의 팝 디바, 대만의 머라이어 캐리. 가수 코코 리(26)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코코 리는 안정된 가창력, 리듬앤블루스와 댄스, 발라드를 아우르는 경쾌한 팝으로 아시아권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만

출신의 아이돌 스타. 소니뮤직 전속으로 영어음반,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와호장룡>의 주제가 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유명 패션 브랜드 샤넬의 아시아 지역 이미지걸이기도 한 코코 리는, 국내에서 열린 샤넬 패션쇼를 위한 간단한 쇼케이스와

패션잡지 촬영을 위해 지난 2월23일부터 28일까지 한국을 다녀갔다.

지금은 소니가 리키 마틴에 이어

세계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가수가 됐지만, 사실 코코 리의 꿈 목록에 가수란 직업은 없었다. 홍콩에서 태어나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코코 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랐다. 고교 시절 가족들과 여행차 홍콩에 들렀을 때, 어머니의 권유로 TVB 신수가창대회에 나가

입상한 게 우연한 가수 데뷔의 전초전. 평소 좋아하던 휘트니 휴스턴의 를 부른 그녀는 2위에 입상했고, 홍콩 화성음반사에

발탁되면서 음악에 발을 내디뎠다. 94년에 만다린어로 부른 데뷔음반 <애취요진현재>를 시작으로 중국어권 무대에서 젊은층의 사랑을 받던 그녀가

본격적인 스타 궤도에 오른 것은 96년 소니뮤직과 전속계약을 맺으면서부터. 당시 U.C.어바인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생물학 공부를 병행하던

코코 리는, “한주 공부하고 2∼3주 투어 다니는” 생활을 하던 끝에 일단 노래를 택했다. 스스로 “완벽주의자”라며, 고교 때 올A를 받았다고

웃는 그녀에 따르면, 학점도 안 좋고 어느 한쪽에도 집중할 수 없는 걸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DiDaDi, Sunny Day ,그리고 지난해 발매한 영어음반

등 코코 리의 음악은 풍부한 바이브레이션과 기교가 세련된 리듬 앤 블루스를 주축으로 한다. “편안하면서도 모든 음표 하나하나를 감상하게

만드는” 재즈, 솔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 그리고 마이클 잭슨, 마돈나,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등 10대를 장악했던 80년대의

음악들이 그의 음악적 자양분. 이를 토대로 아시아 시장에서 강한 댄스, 발라드와 힙합, 테크노까지 다양한 재료를 녹인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그 밖에 <런어웨이 브라이드> 등 영화음악에도 참여해왔고, <와호장룡>의 주제가 으로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다. 작곡가 탄 둔, 연주자 요요 마와 함께한다는 사실에 흔쾌히 응한 는 본의

아니게 한번에 녹음한 곡. 스튜디오에서 취재온 방송팀을 위해 영어와 만다린어로 한번씩 연습삼아 불렀는데, 제작진들이 다 좋다고 해서 그대로

음반에 수록됐다. 아카데미상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것은 “정말 큰 명예”라는 코코 리는, “보통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분 남짓한데

난 수상에 관계없이 3분”이라며 웃었다.

가창력 이상으로 미모와 몸매가 강조되곤 하는 사진, 뮤직비디오의 화려한

모습과 또 다르게, 코코 리에게는 발랄하면서도 소탈한 소녀의 매력이 엿보인다. “외모가 그럴듯하면 뇌가 비었다고 생각하는 게 싫다”며,

언젠가 꼭 학교로 돌아가 스타가 아닌 의사의 꿈을 이루고 살겠다는 말 때문일까. 하지만 서른 전후가 될 그날까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답을 주고, 친구가 되는” 음악을 하면서 국제시장에서 더욱 인정받는 가수가 되기 위해 뒤돌아보지 않을 작정이다.

황혜림 기자 blaue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