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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6-01-29

하윤경

영화 2016 <울보> 2014 <소셜포비아>

“기운이나 느낌이 정말 강한 배우다.” (홍석재 감독)

민하영(레나)이 <소셜포비아> 마지막에 웹캠으로 보여주는 얼굴을 두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표정인데, (하)윤경씨의 얼굴이 잘 살렸다”면서.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를 대동하는 보통 배우들과 달리 하윤경은 혼자였다. 인터뷰 일정도 알아서 결정하고, 사진 찍을 때 입을 옷도 직접 골라왔다. <소셜포비아>를 인상적으로 본 매니지먼트사 몇 군데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으나, 그는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아직은 자신에게 회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하고 싶지 않은 작품까지 할 수 있는 마음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연극과 영화 모두 하고 싶은 가치관을 존중해주는 회사가 있다면 긍정적인 마음을 열 수 있지만 말이다.” 신인답지 않게 곧은 심지와 유연한 생각을 두루 갖췄다.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단 두편의 영화가 필모그래피로 뜬다. 지난해 개봉했던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와 1월28일 개봉을 앞둔 <울보>(감독 이진우)가 그것이다. 전형적인 모습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영화에서 그가 맡은 인물들은 공통적이다. 잘 알려진 대로 <소셜포비아>에서 맡았던 캐릭터는 레나다. 한 탈영병의 자살 소식에 ‘잘 죽었다’는 멘션을 트위터에 올려 대중의 공분을 산 뒤 자살을 선택한 소녀다. “레나뿐만 아니라 그 영화 속 캐릭터들은 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인물이다. 영화라 극대화됐을 뿐이다. 레나는 ‘키보드 워리어’인데 세거나 지질한 느낌보다 모호한 느낌으로 보여지길 원했다”는 게 하윤경의 설명. <울보>에서 연기한 하윤은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과 나쁜 행동을 저지르지만, 아픈 사연 때문에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청소년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하윤에게 시선이 가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11학번)을 다니는 동안, 하윤경은 앞에서 언급했던 두편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편영화와 연극을 작업했다. 영화에서 주로 맡았던 역할은 “신비롭고 묘한 캐릭터”였다. “말이 많은 역할은 거의 맡지 않았다. 평소에는 말이 많고,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데 말이다. (웃음) 묘령의 여인이나 환상 속의 여인 같은 역할을 많이 연기했다.” 반면, 연극에서는 센 캐릭터부터 평범한 인물까지 다양하게 연기해봤다고. “연극 <테레즈 라캥>의 테레즈 라캥은 무대에서 베드신을 소화해야 할 만큼 셌다.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에서 맡은 록산느는 쾌활했다.”

악역이든, 선한 역이든, 예쁘든, 못생겼든 하윤경이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연민이 가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관객이 그 인물과 작품을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등학생 때 “김해숙, 나문희 같은 중년 여배우의 연기를 보고 배우에 대한 꿈을 키운 것”처럼 말이다. 끝을 보는 성격인 그라면 믿어도 좋을 듯하다. “끝을 봐야지. (웃음) 하다가 마는 건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그래서 성격이 예민하고, 잠을 많이 못 자지만 말이다.”

차기작 연극 <낙원>

하윤경이 3월부터 연습을 시작하는 작품은 연극 <낙원>이다. 대한민국에 위치한 낙원광역시에서 원자력발전소 6기가 폭발한다. 방사능 때문에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낙원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이 연극에서 하윤경은 동물보호협회장을 연기한다. <소셜포비아>와 <울보>에서 보여준 다소 어두운 캐릭터와 달리 이 작품에서 그는 “캐주얼한 면모”를 보여줄 거라고 한다.

<오징어>

<팡이요괴>

<팡이요괴>와 <오징어>

하윤경은 인상적으로 작업했던 영화로 <팡이요괴>와 <오징어>, 두개의 단편을 꼽았다.

<팡이요괴>(감독 박천규)는 영상원 작품으로, 201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더러운 집에 살고 있는 주인공 원기(강태영)의 꿈속에 정체불명의 여인(하윤경)이 나타나고, 여인이 집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여인의 꿈을 꾼 뒤로 원기의 집은 점점 습기와 곰팡이로 뒤덮인다는 얘기다. 영화에서 하윤경이 연기한 여인이 (곰)팡이 요괴다.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를 잘 모를 때 찍었다. 노출에 보수적인데…. 이 작품은 샤워 신이 있었음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오징어>(감독 이상학)는 엄마, 아들, 딸이 아버지를 버리러 가면서 벌어지는 로드무비이자 블랙코미디다. 이 영화에서 하윤경은 ‘된장녀’ 같은 딸을 연기했다. “된장녀를 되게 연기하고 싶었다. (웃음) 연극처럼 작업했던 영화다. 테이크의 호흡이 길어 리허설도 많이 했다.” 이 영화는 2016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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