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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주토피아> 리치 무어 감독, “진짜처럼 느껴지게”
안현진(LA 통신원) 2016-02-04

바이런 하워드 & 리치 무어 공동감독 인터뷰

바이런 하워드, 리치 무어 공동감독(왼쪽부터).

-<주토피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바이런 하워드_한참 전의 일이다. <라푼젤>이 막 극장에서 공개되고 한숨 돌리던 차에 존 래시터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와보라고 했다. 동물이 주인공인 다섯 가지 정도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존은 그 모든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웃음) 하지만 그는 동물이 옷을 입고 걷고 말하는 설정은 마음에 들어 했다. 1950년대 디즈니에서 만든 동물 애니메이션들이 그런 설정이었다. 존은 이 설정으로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라면 100% 지지하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동물 애니메이션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비례의 아이디어는 누가 생각해냈나.

=리치 무어_존 래시터가 처음부터 그렇게 하자고 했다. 신기했던 것이 실제로 <주토피아>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동안 만들어진 동물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실제 비례에서 벗어나 있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거다. 작은 토끼가 커다란 코끼리와 대화하는 장면을 촬영하게 되면 그 어려움이 피부로 다가왔다. 실제 비례를 스크린에 옮긴 것은 도전이기도 했지만 잘한 결정이었다. 그 결정이 주토피아의 구석구석을 궁금하게 만들었고, 진짜처럼 느끼게 했다.

-<주토피아>는 다양한 세상에 대한 상징이고 메시지인가.

=리치 무어_오락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영화의 주제를 한마디로 말하면 나 자신만큼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목소리가 아니라 내가 나를 정의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였다.

-공동연출 작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바이런 하워드_이 정도 규모의 영화에서는 공동연출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영화 다섯편에 맞먹는 규모다. 그리고 <볼트>(2008), <라푼젤>, <주먹왕 랄프>(2012)를 통해서 공동연출을 많이 경험했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은 행운이다. <주토피아>에서도 중요한 이슈를 결정하고 나누는 핵심 그룹이 있다. 감독, 제작자, 작가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이다.

-지니퍼 굿윈, 제이슨 베이트먼의 목소리 연기는 어땠나.

=리치 무어_정말 재밌었다. 둘은 <주토피아>가 시작됐을 무렵 캐스팅됐는데, 둘이 캐스팅된 이유는 주디 홉스, 닉 와일드 캐릭터와 똑 닮았기 때문이다. 2년 넘게 함께 작업하면서 지니퍼는 완전히 주디가 되어 나중에는 따로 연출 지시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바이런 하워드_가끔 배우들이 와서 어떤 목소리로 연기하길 원하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당신이 가진 목소리로 그대로 연기하라고 말했다.

리치 무어_영화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배우들은 캐릭터와 관계를 만들어간다. 누구보다도 캐릭터를 가장 잘 알게 된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장면을 편집한 것도 있었나.

=바이런 하워드_너무 많았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은 마음에 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일이 절반인 것 같다. 기억에 나는 장면은 주디 홉스와 닉 와일드가 처음 만나는 장면인데, 닉이 아주 멋들어지게 거짓말을 꾸며내고 주디가 속아 넘어가는 장면이었다. 모두 좋아할 만큼 재밌었지만, 주디가 너무 멍청해 보인다는 지적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디즈니다. 모든 면에서 딱 맞아떨어진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영화에 넣지 않는다.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매번 처음으로 돌아가 가장 적합하고 가장 옳다고 판단되는 것을 만들려 노력한다.

리치 무어_영화를 만드는 것은 나무를 기르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내가 아무리 빨리 기르고 싶다고 해서 빨리 자라지 않는다. 영화 한편 한편 각자의 속도가 있어서 어떤 날은 진행이 잘되고, 어떤 날은 더디고, 또 어떤 날은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속도를 인정하는 것이 디즈니가 다른 스튜디오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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