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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누군가를 알아가는 기분으로

만수, <난 그저>

나는 2년여 전부터 힙합그룹 가리온과 <모두의 마이크>를 주관•진행하고 있다. <모두의 마이크>란 재능 있는 신인 래퍼를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랩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무대에서 재능을 발휘한 래퍼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 글에서 소개할 만수는 <모두의 마이크> 시즌2의 (압도적인) 우승자다. 약속한 대로 우리는 그에게 더 콰이엇과 작업할 기회를 마련해주었고 그 결과물이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만수는 ‘트렌드의 선봉에 서는’ 타입의 래퍼는 아니다. 그러려고 했다면 일단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만수는 가진 게 많은 래퍼다. 정공에 가까운 꽉 찬 랩 플로, 좋은 전달력, 듣는 이를 ‘빵’ 터지게 하는 재치, 무엇보다 <모두의 마이크>에서 드러났듯 강렬한 무대 장악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래퍼로서의 장점을 딱 하나만 꼽는다면 역시 ‘진솔함’이다. 자기고백적인 태도와 서사가 때때로 강박으로까지 작용하는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만수의 힘든 과거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축복처럼 느껴진다. 이 곡에서도 만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거짓이나 꾸밈 없이 써내려간다.

“행복하길 바랬었지 어린 날의 나/ 울지 않은 날이 없어 누가 나를 달랠까/ 난 차라리 학교에 있는 시간이 감사했어/ 애석하게 종이 치면 기쁜 척을 했지 애써.” 성시경의 발라드를 듣고 성시경 개인에 대해 알 수는 없다(물론 이것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래퍼들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늘 래퍼 당사자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고, 그것이 바로 힙합의 힘이자 멋이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누구보다 잘 준비된 신인 만수가 이 랩 게임 안으로 막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