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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주세요] 따뜻하고 소중한 공간을 지키기 위하여
탄핀핀(영화감독) 2016-05-02

탄핀핀 영화감독

<씨네21>은 1049호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지지 캠페인을 매주 실을 예정입니다. 이주의 지지자는 싱가포르 감독 탄핀핀입니다. <무빙 하우스>(2001), <싱가포르 가가>(2005), <보이지 않는 도시>(2007) 등의 작품을 통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잘 알려진 그녀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싱가포르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때때로 작품의 관점이 정부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국에서 영화 상영을 금지당하기도 했던 탄핀핀 감독이기에,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글은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탄핀핀 감독.

싱가포르의 정치적 망명자에 관한 내용을 다룬 영화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2013)가 완성될 무렵, 이 영화 역시 아마 싱가포르에서 상영이 금지되지 않을까, 예감했습니다. 싱가포르의 현재를 다룬 제 이전 영화들이 모두 상영금지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이 영화를 어디에서 처음으로 선보일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한국이었습니다. 한국은 싱가포르처럼 빠르고 고통스런 경제 성장을 이룩한 나라이기에 한국 관객이야말로 이 영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왔을 때 저는 한국사 박물관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빨리 성장했는가’를 강조하는 수사법이 싱가포르와 거의 같더군요. <논픽션 다이어리>(2013)나 <용산>(2010) 등의 한국 다큐멘터리를 볼 때도 그들의 작업이 내 작업과 유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정치적인 것을 희생시켰다는 유사점이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를 떠올렸습니다.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가 부산에서 상영되길 바랐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관객은 예리하고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이죠. 제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 다큐멘터리 네트워크 펀드(AND 펀드)를 통해 지원받았던 프로젝트라서 더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를 부산국제영화제로 보내는 날, 저는 안도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제 영화가 무사히 상영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죠.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의 첫 상영이 있던 날, 부산은 10년 만에 가장 큰 태풍을 맞았습니다.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영화가 상영되던 영화의전당 내부는 고요했고, 관객은 스크린에 비치는 불빛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제가 경험했던 그 고요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이 영화는 상영금지되었고 말레이시아와 타이에서도 상영이 취소되었습니다. 부산에서의 상영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제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감독들의 작품에 대한 이러한 따뜻하고 전폭적인 영화제의 지지는 정치적 간섭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영화제는 영화에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하며, 당대의 정치적인 상황에 간섭받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처럼 불안한 시기에, 특히 아시아 지역을 생각해보면, 우리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집과 같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국경을 넘어, 가까운 곳에, 우리가 모두 모여 우리의 정체성을 느끼고 친목을 다지고 영화를 함께 보면서 변화를 지향하는 그런 곳 말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년 동안 이런 소중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공간을 잃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부산의 모든 친구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맞설 힘과 용기를 전합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keepBIFFfree #Isupport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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