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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스타일을 만들고 넘어서기 - 카이고 《Cloud Nine》

요즘 트로피컬 하우스라는 장르가 인기다. 처음엔 비주류였지만 이젠 저스틴 비버의 1위 싱글 <What Do You Mean?>에 차용될 정도로 친근한 장르가 됐다. 음악적 특징은 ‘트로피컬’이란 이름처럼 열대나 여름의 기운을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익살맞은 마림바 퍼커션을 쓰거나 부드러운 플루트와 피아노 선율을 애용한다. 그게 뭐 특별하냐 싶겠지만 테마 멜로디를 장대한 신스로 채우는 최근의 일렉트로닉 경향을 생각하면 독특하다 못해 역행에 가까운 시도다. 카이고는 이 트로피컬 하우스를 대중화한 뮤지션이다. 지중해와 카리브해 느낌의 하우스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카이고 이전엔 주류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Firestone>이 히트한 이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뭐 신선한 거 없을까?’ 찾던 뮤지션들이 너도나도 이 장르에 뛰어들었다. 일렉트로닉 대세를 따르고 싶지만 부드러운 걸 원했던 쪽에서 특히 선호했다. 트로피컬 하우스는 EDM답지 않은 일렉트로닉 댄스였기 때문이다. 《Cloud Nine》은 그런 카이고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한 장르의 리더답게 스타일의 정수를 뽑아낸 곡들이 많다. <Firestone> <Stole The Show> <Carry Me> 등이다. 그런데 반대의 시도도 있어 재밌다. ‘트로피컬 하우스’란 규정에 갇히기 싫어 의도적으로 장르 파괴에 초점을 뒀다. 그다운 곡들과 그답지 않은 곡들이 팽팽히 맞선다. 대표적으로 <Fragile>은 그냥 슬픈 솔 음악이다. <Oasis>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에 가깝다. 자신이 유행시킨 장르라도 남들이 따라하는 순간 하기 싫어지는 것, 그게 아티스트인 것 같다. 카이고는 다시 새로움을 찾아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