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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스페셜]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것… - <언노운 걸> 다르덴 형제 감독 인터뷰
김성훈 2016-05-30

<언노운 걸>

경쟁부문 단골 손님인 다르덴 형제의 신작 <언노운 걸>이 화제작으로 많이 언급되지 않은 건 의아한 일이다. 이 영화는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진 인물을 그린다는 점에서 전작과 비슷한 궤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윤리적인 딜레마의 근원이 주인공이 실제로 만난 사람이거나 직접 겪은 사건에 존재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주인공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데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 때문에 곤경에 처한다. 주인공 제니(아델 하에넬)는 장래가 촉망받는 여의사다. 어느 날, 그는 병원 진료 시간이 끝난 뒤 인턴과 언쟁을 벌이던 중, 한 흑인 소녀가 누른 병원 초인종에 응답하지 않는다. 다음날, 그 흑인 소녀가 다른 병원으로 가다가 목숨을 잃었고, 경찰이 소녀의 신분을 알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니는 죄책감을 느끼고, 소녀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소녀의 죽음과 관련한 단서를 하나씩 찾아나선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온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은 이 영화를 통해 “도덕적 죄의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장 피에르 다르덴_의사나 의료 시스템 문제를 특별히 얘기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이 영화는 도덕적 죄의식을 좇아가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범죄의 진실에 접근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 주체가 경찰이나 형사가 아닌 의사다. 환자가 여러 이유 때문에 질병을 치료받지 못하는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니가 소녀의 이름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 단서를 하나씩 얻는 과정이 스릴러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에 왠지 총이 등장할 것 같았다. (웃음) 하지만 말씀대로 이 영화는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뤽 다르덴_환자의 고통을 없애고, 목숨을 구하는 게 제니의 일이다. 한 흑인 소녀가 병원 초인종을 눌렀을 때 인턴과 논쟁을 벌인 것은 의사로서 원칙을 깬 것이다. 이후 흑인 소녀가 다른 병원을 찾다가 죽은 건 제니의 잘못이 아니지만, 그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제니가 죄의식을 느끼는 것도 그래서다. 그 죄의식은 제니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신분이 알려지지 않은 채 죽은 소녀가 누구인지 직접 밝혀주기 위해 나서지 않나. 그게 인간성에 대한 진정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제니처럼 죄의식이나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드물다.

=장 피에르 다르덴_맞다. 그 죄의식은 종교에서 말하는 죄의식과 개념이 다르다. 부채 의식 같은 건데,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 모두 누군가로부터 일종의 빚을 지고 있지 않나. 의사가 근무 시간이 끝나 병원 문을 닫았더라도 환자가 문을 두드리면 열어야 한다. 이 영화에서 제니가 가지는 죄의식은 <약속>(1996), <로제타>(1999), <아들>(2002) 등 전작에서 던져왔던 윤리적 질문과 그 내용은 다르지만 의미가 통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은 그 죄의식의 근원이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름 없는 소녀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제니는 만난 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에게 죄의식을 느끼는 것이다.

=뤽 다르덴_우리는 그 흑인 소녀가 누구인지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흑인 소녀의 존재는 사진 속에서만 등장하는 까닭에 유령 같다. 이름 없는 소녀의 존재는 제니의 행동을 바꾼다. 제니는 소녀의 이름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시키려고 한다.

-제니 역에 아델 하에넬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뤽 다르덴_<스리 월드>(2012), <알리야>(2012) 등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많이 봤다. 한 모임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의 웃음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배우는 스크린에서 보이는 모습 외에 실제 모습이 무척 중요한데, 실제로 만나본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그녀와 작업하기 위해 의사의 연령대를 젊게 수정했다. 함께 작업해보니 그녀는 훌륭한 배우였다. (웃음)

-기업처럼 변한 병원의 의료 시스템을 비판하는 이야기로도 읽혔다.

=장 피에르 다르덴_제니처럼 심야에 의사의 도움이 절실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 경우가 생긴다. 이것은 의료 제도나 병원 시스템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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