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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디어 마이 프렌즈> 분명히 말해야 하는 것들

37살의 번역가 박완(고현정)은 엄마 난희(고두심)의 초등학교 동문들을 이모라고 부른다. 구두쇠 남편(신구)이 약속했던 세계일주를 기다리는 정아 이모(나문희). 자식들에게 ‘아빠보다 엄마가 먼저 가셨어야 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희자 이모(김혜자). 유부남과 연하남 스캔들에 휘말렸던 연예인 영원 이모(박원숙)는 화통하고 다감하며, 카페를 하는 충남 이모(윤여정)는 가난한 예술가와 어울리는 재미에 취해 있지만 그들에게 물주 취급 받는 것을 모른다.

노희경 작가의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누구 하나 쉬운 인생이 없다. 개성이 강한 60, 70대 여성들을 ‘이모’라는 호칭으로 묶어 서술한 것은 나이 든 이를 꼰대 같다며 귀찮아했던 완이 그들의 회고를 전하고 자신의 관점으로 그들의 인생에 주석을 붙이는 내레이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주석이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불편할 때가 있다.

안개 자욱한 시골 도로에서 정아와 희자가 운전하는 차가 무언가를 들이받은 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둘은 도로에 피 흘리고 쓰러진 사람을 보고 도망쳤다. 사고를 은폐하고 마음을 졸이다 결국 자수하러 가는 둘은 내 인생이 제일 불쌍하다는 이기심을 떨치고 어른의 책임을 진다. 이 과정에서 완은 그들을 비난했던 자신을 책망한다. “이모들은 뻔뻔하지 않았다. 어린 내가 감히 다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다니. 내가 몰라 그랬다고 정말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만약 사고가 우연이 겹친 해프닝이었다고 해도 당시의 비윤리적인 선택과 이를 수습하는 결단은 분리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감상적인 내레이션으로 포장하는 완의 개입에 도리어 정신이 번쩍 든다. 이모들은 뻔뻔했고, 책임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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