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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양질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교류할 기회” -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 폴 프레스버거, 윌리엄 파이퍼, 클리퍼드 워버
장영엽 2016-06-09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 클리퍼드 워버, 폴 프레스버거, 윌리엄 파이퍼(왼쪽부터).

한국 버전의 <헝거게임> 시리즈(영•미 라이온스게이트) 또는 <언터처블: 1%의 기적>(프랑스 고몽)을 제작하는 일이 앞으로는 훨씬 수월해질지도 모른다. 세계 유수의 제작사와 배급사가 지적재산권을 교환해 자국영화의 제작을 추진하는 ‘글로벌게이트 컨소시엄’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게이트라는 창구를 통하면 굳이 현지의 낯선 로컬 프로덕션을 거치지 않아도 파트너사들끼리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해외로 수출해 현지 영화로 제작할 수도 있다. 현재 <헝거게임> 시리즈와 <나우 유 씨 미> 프랜차이즈를 제작한 미국•영국의 라이온스게이트, 남미 최대의 미디어 복합기업 텔레비사(멕시코), 프랑스의 유서 깊은 제작사 고몽과 일본의 가도카와, 독일의 토비스, 터키의 TME, 베네룩스의 벨가, 스칸디나비아의 노르디스크 등 10개국 9개 회사가 글로벌게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한국에서는 롯데가 참여했다. 이러한 합의를 이끌어낸 데에는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 폴 프레스버거, 윌리엄 파이퍼, 클리퍼드 워버가 큰 역할을 했다. 라이온스게이트의 전 임원(폴 프레스버거), 소니픽처스의 전 전략부문 부사장(윌리엄 파이퍼), 전 이십세기폭스, 워너브러더스 임원(클리퍼드 워버)이었던 세 사람은 수십년간 업계에서 쌓은 각 지역에 대한 노하우를 토대로 로컬영화를 보다 수월한 조건에서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냈다.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마켓을 찾은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를 현지에서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의 칸영화제 마켓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윌리엄 파이퍼_글로벌게이트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마켓에서 좋은 영화 기획 아이템과 시나리오, 이미 완성된 양질의 영화를 찾는 것이다. 칸에서 발견한 작품을 글로벌게이트의 파트너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우리의 업무다. 또 하나는 우리의 잠재적인 파트너가 될 영화사와 미팅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미 우리의 파트너인 회사들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 얘기도 한다.

-전세계 많은 제작자와 프로듀서들이 지적재산권 문제 때문에 해외 콘텐츠를 가져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점에서 파트너사들간의 지적재산권을 공유한다는 글로벌게이트의 아이디어는 획기적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폴 프레스버거_나는 윌리엄과 20여년, 클리퍼드와 수년간 함께 일했다. 1년 반 전,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이었는데 두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문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윌리엄은 아시아에 강점이 있었고 나는 북미와 남미, 클리퍼드는 유럽 영화사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다. 그런 우리가 함께 모이면 더 큰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글로벌게이트 컨소시엄에 대한 아이디어를 냅킨에 쓰며 열정적으로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할리우드에서는 현재 마블과 픽사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블록버스터영화를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특화된 로컬 영화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글로벌하게 다룰 수 있는 시도는 부족해 보였다. 그게 글로벌게이트 컨소시엄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국적도, 법도 다른 9개 회사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클리퍼드 워버_두 가지가 과제였다. 우리와 함께할 회사를 찾고 투자 구조를 설정하는 것. 투자 구조에 대해서는 사실 큰 문제가 없었다. 우리 모두 25년 동안 이 업계에서 일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P&A(광고, 마케팅비)와 배급수수료에 대한 각 나라의 기준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점은 나라별로 고유의 산업적 환경에 따른 조항이 있었기에 그걸 해결하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로벌게이트의 한국 파트너로 롯데를 선택한 이유는.

=윌리엄 파이퍼_한국의 다른 회사들도 만나봤지만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제안을 검토해줬던 게 중요했다. 더불어 롯데는 투자 측면에서도 규모와 경험이 있는 회사라 글로벌게이트와 공동 투자제작을 하는 데 적합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또 롯데는 극장체인(롯데시네마)을 운영 중이라 강력한 배급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롯데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롯데의 콘텐츠 중 특별히 눈여겨본 작품이 있나.

=윌리엄 파이퍼_롯데와 논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몇개의 아이디어를 제안받은 상태다. 세계 시장에 소개하면 좋을 콘텐츠로, 코미디와 액션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추천을 받았다. 세계의 로컬 시장을 살펴보면 지역마다 원하는 장르가 다르다. 어떤 지역은 코미디에 주목하고, 어떤 곳은 스릴러에 주목한다. 우리는 이 각기 다른 지역의 관심사를 고려해 롯데의 콘텐츠를 매칭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롯데가 흥미를 가질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다.

클리퍼드 워버_이건 한국의 감독, 프로듀서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롯데의 영화 <헬로우 고스트>를 예로 들면, 이 작품을 미국영화로 리메이크하겠다고 발표한 지가 벌써 수년 전이다. 그런데 진척사항이 없고, 그렇게 특정 스튜디오에 발이 묶여버린 영화들은 다른 나라에서 리메이크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박탈당하는 상황이 아닌가. 글로벌게이트를 통하면 단순히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영화를 리메이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예를 들어 멕시코영화 <인스트럭션스 낫 인클루디드>는 현재 프랑스와 중국, 터키와 인도에서 로컬영화로 리메이크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게이트의 파트너사를 살펴보면 할리우드와 더불어 가장 큰 영화시장인 중국과 인도의 영화사가 빠져 있다. 이들 시장에 대한 계획은 없나.

=윌리엄 파이퍼_좋은 지적이다. 중국과 인도는 글로벌게이트에 중요한 전략적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는 이 지역에서 특정 파트너를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은 너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할 수 있는 회사의 폭이 넓고, 매년 새로운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 대해서라면 특정 파트너를 선택하기보다 다양한 회사들과 일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봤다. 하나의 파트너사를 선택하기에는 비즈니스에 대한 기회가 적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글로벌게이트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클리퍼드 워버_곧 브라질 회사가 우리의 신규 파트너가 될 거다. 프랑스와 스페인 회사도 지금보다 더 많은 곳이 참여할 거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는 데 집중하려 한다.

윌리엄 파이퍼_지금은 1년에 10편 정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하지만 잠정적으로는 20편을 공동제작하는 게 목표다. 또한 지금은 영화 콘텐츠에 국한되어 있지만 향후 TV 로컬 마켓에도 주목하려 한다. 이 분야에도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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