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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너무 한낮의 연애>
김수빈 사진 백종헌 2016-06-21

<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제7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금희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2014년 봄부터 2015년 겨울까지 완성한 아홉편의 단편들로 채워져 있다. 소설의 공간과 인물, 사건 모두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요약되지 않는 인생의 살아 있는 국면’(정홍수)을 다루며 생겨나는 디테일들이 작품의 뚜렷한 개성으로 이어진다. 아홉번의 독립적이고 온전한 몰입을 경험하고 나면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라는 김금희를 향한 문단의 수식이 충분하고도 그럼직하다고 인정하게 된다.

소설집의 시작을 여는 <너무 한낮의 연애>는 한직으로 인사발령받은 중년 남자가 홀로 점심을 해결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주인공 필용은 점심시간이 되면 종로 맥도날드로 향하는데 이곳은 대학 시절 양희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장소기도 하다. 현재의 만남과 과거의 회상이 맞물리는 이 소설은 ‘한낮의 종로 맥도날드’가 품은 분방한 고독감으로 많은 걸 설명한다. <조중균의 세계>도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스무살 넘게 어린 직원들에게도 “조중균씨”로 불리는 주인공 중균은 고집과 자존심이 무척 세다는 것 외에는 주어진 정보가 없다. 중균과 절친한 형수가 등장하면서 국면은 달라지는데 형수는 “드라마가 있단 말야”라는 말을 반복하며 형수와 중균의 생활에 서린 낭만을 암시한다. <세실리아>에서 ‘나’가 내뱉는 “애국하려고”,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에서 매사가 귀찮고 답답한 모 과장이 “하아-” 하고 내쉬는 한숨까지, 작가는 주인공들이 반복하는 표현과 습관들로 글의 리듬을 만들고 캐릭터에 개성을 입힌다. 김금희가 만들어낸 아홉 가지 세계는 장르를 뚜렷이 구분할 순 없어도 모두 먹먹하고 처연한 정서를 공유한다. 만만(滿滿)한 재능을 확실히 인증한 이야기꾼이 만들어낼 다음 소설은 어떤 잔상을 남길지 이른 기대를 품어본다.

아홉번의 먹먹한 몰입

세실리아가 팔을 풀었다. 나는 내 안에서 무언가가 그렇게 빠져나가는 게 싫어서 세실리아를 붙들려고 애썼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안아주지 않았고 마지막 인사도 없이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얼음송곳과 구덩이가 있는 그 간소하고 조용한 방으로.(<세실리아> 96쪽)

집집을 돌아다니다보면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면서 속이 울렁거리는데 집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완고하게 자기 스타일대로 평생을 살고 그러다보면 냄새가 만들어졌다. 그건 특정 영역의 냄새였으며 타인을 밀치는 냄새였다. 자기 고양이를 찾아주러 온 그를 사람들은 깍듯하고 친절하게 대했지만 아무튼 그 냄새는 진저리나게 개별적이고 고유한 것이라서 그는 언제나 부루퉁하고 신경질적이었다.(<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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