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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운빨로맨스> 무엇을 믿을까?

점집에 갔다가 관목에 불이 붙어 꽃부채를 들고 춤을 춘다는 괴상한 소리를 들었다. 점쟁이는 내가 3n살에 무당이 될 테니 슬슬 이쪽 공부를 시작하라고 했다. 수상한 점집 체험담이야 흔해빠졌고 복채 약간으로 이야깃거리를 얻은 셈 치려 했는데, 구체적인 시기의 언급만큼은 떨칠 수가 없었다. 문제의 그때까지 노심초사하다 지나고 나니 어찌나 억울한지.

직업이 바뀐다는 소리에도 이렇게 휘둘리는데, 내 운명에 큰 칼이 있어서 가족과 주변을 해친다는 예언에 짓눌린다면 그 삶이 얼마나 피로할까? MBC <운빨로맨스>의 심보늬(황정음)는 호랑이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야 동생이 죽지 않는다는 끔찍한 예언에 매달리고 도사에게 의지한다. 액땜용 소금을 휴대하고, 노란색과 주홍색 조합이 마치 인간 부적으로 보이는 옷을 차려입고 호랑이띠 남자를 찾아다니는 여자의 절박함이라니. 납득은 하지만 다시 공감하기 싫은 마음이 컸다.

미신을 질색하는 호랑이띠 제수호(류준열)와의 로맨스는 당연히 트러블로 가득하다. 제발 그가 보늬의 삶에서 하루빨리 예언과 암시를 치워버렸으면 했다. 서로 팽팽하게 긴장해야 하는 장르에서 한쪽이 빨리 접어주길 바라다 퍼뜩 깨달았다. 수호는 보늬를 설득하기 위해 각종 무속, 역학 책을 사서 공부하고 점집 투어에 시간을 할애했다. 만나면 해가 될까 동생 입원실을 쌍안경으로 지켜보던 보늬를 동생 곁으로 이끌며 그는 말한다. 나는 믿지 않아도 네가 믿는다면 내가 부적이 되어준다고. 생각해보면 그렇다. 불안으로 흐려진 마음을 움직이는 건 내가 사로잡힌 세계바깥에서 논리를 펴는 사람보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내 세계의 규칙과 말을 배운 쪽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