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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빅뱅이 기획하고 만든 음악다큐멘터리 - <빅뱅 메이드>
이화정 2016-07-05

팬층이 이미 공고히 확보된 최고의 그룹, 10주년 기념 월드투어 공연, 백스테이지 프리패스를 통해 기록한 날것의 영상. 재료가 이미 ‘산지직송’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최상’이다. 그런데 자칫하다보면 이것만큼 예상 가능한, 심심한 맛도 없을 거다. 팬들을 위한 맞춤케이크 정도로 끝난다고 해도 솔직히 탓할 사람조차 없다. 그게 함정이자 한계다. 전세계 팬들만 소비를 해도 손실 없는 투자니 뭘 해도 안 될 수가 없는 콘텐츠다. 기획자를 이토록 나태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획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번엔 YG 엔터테인먼트라 기대를 걸었다. ‘YG가 빅뱅을 만든 게 아니라 빅뱅이 YG를 만들었다’는 소속사 대표 양현석의 평가가 빈말이 아닌, 그룹 빅뱅이라서 솔깃해졌다. 빅뱅이 출연하고, 빅뱅이 기획하고, 컨펌 과정을 하나하나 거친 다큐멘터리 <빅뱅 메이드>를, 그렇고 그런 아이돌 홍보 영상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하려는 시작과 끝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빅뱅 그 자체였다. 그들이 깨려고 한 것도 이 지점이었다. “빅뱅 팬의 친구가 관람 타깃이다.” 팬이 데려온 친구가 더 재밌어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자체로의 완성도를 가져가려 했다”는 변진호 감독의 말처럼, <빅뱅 메이드>는 기획사에서 주관한 아이돌 홍보 영상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음악다큐멘터리를 목표로 만들어진, 한국에서는 새롭게 시도된 기획이다. 그렇게 지난 한해, 서울, 중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13개국 32개 도시에서 가진 월드투어 <MADE>에서 채집한 다큐멘터리 영상, 그리고 서울 공연 무대를 토대로 만든 2시간여(스크린X 버전 122분, 2D 버전 114분)의 다큐멘터리 <빅뱅 메이드> 가 만들어졌다.

단순한 콘서트 기록이 아닌 ‘진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의지. 최초의 아이디어는 지드래곤에게서 나왔다. “지용(지드래곤)이 <샤인 어 라이트>(마틴 스코시즈가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공연 실황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단체관람하자고 했다. 그걸 모티브로 빅뱅 10주년을 기념하는 월드투어를 담기로 했다. 롤링 스톤스야 워낙 관록이 있는 밴드라 손짓 하나에서도 아우라가 뿜어져나온다. 한국에서도 그게 가능한 일일까, 한번 도전해본 거다.” (변진호) 영화의 초반 장면인 공연 전날의 모습. 백스테이지에서는 ‘정신 좀 차리고 하라’며 스탭들에게 까칠하게 구는 멤버들의 날선 모습이 고스란히 기록된다. 다큐멘터리의 상당 부분은 이렇게, 노출을 하지 않았던 탑이 상의를 탈의한 (팬들을 충격에 빠뜨릴)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거나, 재계약과 관련한 민감한 속내를 멤버가 직접 털어놓는 인터뷰 영상으로 채워진다. 스타가 아닌 20대 청춘의 모습을 최대한 노출하자는 게 목표였다. “YG가 고정 스탭이 워낙 오래 일하는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낯선 스탭이 들어가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깨질까봐 촬영 때는 YG 스탭 위주로만 진행했다. 나 역시 YG 소속이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떨 땐 내가 너무 카메라를 신경 안 써서 놀랍더라.” 변진호 감독은 물론 이렇게 오기까지 초반에는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탑이나 승리는 연기 경험이 있지만 다른 멤버들은 큰 카메라로 접근하거나 인기척이 느껴지면 신경을 쓴다. 너무 재밌는데 더 뽑아내려고 접근했다가 결국 리듬이 깨져서 못 쓴 장면들이 많다. 그런데 1년을 계속 찍다보니 나중에는 카메라가 들어와도 신경을 안 쓰더라.” 보통 다큐멘터리에 쓰는 ENG 카메라가 아닌, 레드와 레드 에픽은 340일 동안 들고 다니고, 소니 알파 세븐엑스, 알렉사를 총동원했다.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도록 나사 하나까지 다 빼서 카메라를 DSLR만큼 가볍게 만들었다. 나중에는 중요한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아예 대기실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기도 했다. 그렇게 340일간 기록한 영상의 분량만 무려 40테라바이트에 달했다. 6개월 편집 기간 중 3개월은 소스를 보고 분류하는 작업만 해야 했다. <우리형>(2004) 연출부를 거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소년은 울지 않는다>(2007) 등에서 황기석 촬영감독과 촬영팀 등에서 9년을 일한 변진호 감독은 영화계 인맥에 구조의 손길을 요청했다. “일반 영화의 10배 분량이라더라. 엄두가 안 나는 분량의 작업이었다. 신민경 편집기사님께 읍소했다. <MADE> CD를 들고 갔는데 계약 전까지는 안 들었다고 하시더라. 들으면 하고 싶을까봐. (웃음) 삼고초려 끝에 설득을 했고, 편집팀이 YG로 출근해서 매일 작업했다.”

잠깐 그 시작으로 돌아가자면, 멤버들과 모이는 족족, 다큐멘터리에 대한 회의를 하던 어느날. 변진호 감독은 공연이 끝나고 모두 함께 다큐멘터리에 대한 회의를 하던 중국의 한 호텔에서의 일을 떠올린다. “멤버 다섯이 의견을 앞다투어 내니 도저히 정리가 안 되더라. 그걸 무작정 녹음했다. 멤버들이 이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핵심적인 의견이 여기 다 들어 있더라. 녹음한 걸 듣고 바로 이걸 써야겠다 생각했다. 그게 바로 <빅뱅 메이드>의 인트로가 됐다.” 살짝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솔직히 우리 나이 또래 남자애들이 이걸 보겠어요? 안 보죠. 그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거지.”(태양) “이걸로 우리 이미지를 월드스타처럼 만들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우리는 앞으로 카메라 신경 안 쓸게요. 우린 열려 있어요. 그냥 마음대로 해주세요.”(탑)

공연장에 앉아 있는 듯한 경험 <빅뱅 메이드> 스크린X 버전

“지금까지 스크린X에 대해 연구한 모든 것이 이 영화에 다 들어갔다.” 스크린X를 위한 공연 영상을 촬영한 오윤동 PD의 말처럼, 월드투어 공연실황을 보는 듯한 스크린X 버전의 연출은 <빅뱅 메이드>가 ‘메이드’한 또 하나의 시도다. “기존 스크린X로 개봉한 영화들이 화면을 컨버팅해서 사용한 것과 달리 이번엔 스크린X를 위해 다큐멘터리 촬영팀과 함께 초기 단계부터 기획하고 조율해나갔다.” 오윤동 PD는 3월4~6일 열린 서울 공연중, 5일 하루 공연을 스크린X용으로 촬영했다. 레드 에픽 드래곤 6K 카메라 12대가 공연장에 동원됐다. “영화 현장이 보통 2대가 기본이니 우리는 상업영화 6회차 정도를 하루에 찍은 거나 마찬가지다. 단편 한편 만드는 제작비가 1회차에 투입됐다.” 이렇게 촬영한 스크린X 영상은 총 122분 러닝타임 중 40%에 달한다. 단순히 양옆으로 확장하는 구성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화면을 구성했다. 공연 장면에서 센터 화면에 태양이 노래를 부르면 윙 화면에는 마이크를 잡고 있지 않은 태양이 클로즈업되는 식이다. 삼면의 화면이 다 다르니, 마치 공연장에 앉아 양옆을 즐기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스크린X 촬영을 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효과를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인터뷰 영상에서는 윙 화면까지 인터뷰 공간을 연장해 관객이 마치 그 인터뷰 현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더했다. “센터를 플러스할 수 있는 요소가 뭐가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멤버의 사진을 초상화 느낌으로 배치하거나 월드투어 현장을 미니맵으로 보여준다거나 캘리그래피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모션 그래픽 작업 등을 십분 활용한 덕분에 <빅뱅 메이드>의 스크린X 버전은 122분의 전체 러닝타임을 스크린X로 즐기는 듯한 체감을 불러일으킨다.

지금까지 김지운 감독의 <더 엑스>를 시작으로 <히말라야> <검은 사제들>에서 스크린X를 시도해왔지만, 컨버팅 작업을 거친 데다 전체 분량의 25% 정도가 할애되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상영 중 갑자기 열리는 윙 화면이 오히려 감상을 방해한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곧 <인천상륙작전> <부산행> 등의 스크린X 상영을 앞두고, 단점을 보완해나가는 중이다. 국내 스크린X 상영관은 현재 총 83개에 달한다. 스크린X 스튜디오의 이혜원 차장은 “<빅뱅 메이드>처럼 다양한 공연 다큐멘터리들이 스크린X로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올해 중국 블록버스터를 비롯해 10여편의 스크린X 버전이 개봉될 예정이다. 또 할리우드영화의 스크린X 작업도 꾸준히 추진 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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