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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우주 LIKE 소녀> 1인칭 덕후시점

덕밍아웃 후 입덕을 선언한다. 덕계못에 좌절하지 않고 우젤예를 쫓아다니면서, 하이터치를 하기 위해 줄을 선다. 덕질의 대상이 맘에 들지 않거나 다른 대상이 나타나면 탈덕하고, 또다시 입덕한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쉽게 풀어쓰면, 입덕은 덕후질에 입문하는 것이고, 덕밍아웃은 덕후질을 하겠다고 대중 앞에 표방하는 것. 덕계못은 덕후질은 계를 탈 수 없다, 즉 대상으로부터 주목받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겠다. 우젤예와 하이터치는… 경험 삼아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다.

Mnet에서 얼마 전 론칭한 <우주 LIKE 소녀>는 ‘우주소녀’라는 신생 아이돌을 다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여타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약간 다른 점은, 이 프로그램의 시점이 ‘김덕후’라는 이른바 ‘1인칭 덕후 시점’이라는 것이다. 김덕후로 대변되는 덕질부대는 우주소녀의 출근길에 출근도장을 받고(실제 스탬프를 받기도 한다), 그녀들의 스케줄에 빠짐없이 대기하고, 비록 덕계못이지만 계를 타는 그날까지 우주소녀와 함께하기를 맹세한다. ‘대포’라고 불리는 초망원 줌렌즈를 단 DSLR은 이들에게는 전장에서의 무장과 같다. 카메라의 이동에 따라 흔들리는 시선과 줌인, 줌아웃을 반복하는 들뜬 목소리. 코스프레한 소녀들을 향해 말마따나 ‘나노단위로’ 결과물을 남기는 셔터 소리. 신선한 시점에서의 프로그램임은 분명한데,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은 소녀들의 숙소에까지 카메라를 설치해 관음증의 극대화를 노리는 것은 프로그램의 목적임과 동시에 상당히 불편한 지점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핀포인트 마케팅이 적용된 프로그램이 나타나는 것은 한편으론 반가운 일이다. 타기팅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이자 생명유지장치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