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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제대로 완벽했던 – 지누션 <가솔린>

뜬금없지만 한국 힙합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매해 가장 ‘중요한’ 힙합 노래를 꼽는다고 해보자. 아마 1990년대 초•중반은 현진영과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로 가득 찰 것이고 2014년은 일리네어 레코즈의 <연결고리>가 선택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1997년의 가장 중요한 힙합 노래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나의 선택은 바로 지누션의 <가솔린>이다.

<가솔린>은 강렬한 노래였다. 얼마 전 동네 친구이자 그래피티 라이터인 홍3과 이에 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의 결론은 <가솔린>이야말로 한국 힙합 역사를 통틀어 최초로 ‘모든 것이 오리지널 힙합의 멋으로 일체된’ 노래였다는 것이었다. 물론 현진영과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에게도 미덕이 있다. 또 H.O.T의 <전사의 후예>에도 힙합의 흔적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지누션의 데뷔는 이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가솔린>보다 조금 앞서 발매된 <전사의 후예>가 한국의 학원 폭력에 대해 소리 지를 때, 미국에서 건너온 지누션은 감옥에 간 친구에 대해 랩을 했다. 그것도 미국 감옥이었다. 뮤직비디오에는 미국 감옥에 갇힌 친구(이현도)에게 지누가 면회를 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돌이켜보니 <가솔린>은 나스가 수감된 동료 래퍼 코메가에게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One Love>와 닮아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가솔린>은 당시로선 ‘새로운’ 것이었다. 미국 힙합이라고 믿어도 될 법한 비트, 역시 미국 래퍼를 그대로 빼다 박은 지누와 션의 패션, 그리고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았던(그러나 미국 힙합의 단골 주제인) 수감된 자에 관한 서사. <가솔린>은 한국인이, 한국에서, 최초로 완벽에 가깝게 재현한 오리지널 힙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