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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이다혜 2016-08-01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 다카기 나오코 지음 / 아르테팝 펴냄

최근의 화두. 좋아하지만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와 책의 만듦새에 대해, 해석에 대해, 취향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쓰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면 겪게 되는 존재론적 고민이다. 잘 만들어졌다고 좋아하게 되는 일은 많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엉망인데 좋아 죽을 지경일 때도 있었고, 끔찍하게 싫은데 완성도는 높아 원한에 가까울 정도의 불호(不好)의 감정에 시달리는 일도 있다. 이게 이렇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경험을 쌓아갈수록 알게 되는 건 그러기가 어렵다는 사실뿐이다. ‘모두 나쁘다’ , ‘원래 그렇다’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내가 지향하는 방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뿐.

결혼해라 말아라 쉽게 결론짓지 않고 혼자 살며 늙는 일의 복잡한 결을 살렸다. 다카기 나오코의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 얘기다. 혼자 살아보니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뭐냐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장단점을 답하는 일화를 보면, 역시 독신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모르긴 해도 결혼 생활 역시 그럴 것이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할 거다.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비법이 있을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건 없다. 잘 만든 영화라고 좋아하게 되지 않고, 문장이 엉망인 소설이라고 무조건 싫어하게 되지도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인격적으로 훌륭하라는 법은 없다. 탁묘(고양이를 다른 사람의 집에 맡기거나 맡게 되는 것)로 고양이를 맡았던 일화만 해도 그렇다. 고양이가 있어 행복하지만 고양이가 돌아간 뒤에도 고양이 털을 계속 치워야 하는 상황은 만만치 않다. 결론; 다음에도 탁묘 제안이 온다면 기쁘게 받겠지만 아직 고양이와 함께 살기는 어렵겠다. 장점과 단점, 좋은 점과 싫은 점,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그 모두를 사안별로 생각한다.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는 독신 예찬이 아니다. 독신 탈출기도 아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무너지는 체력과 씨름하고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일상일 뿐이다. 그 와중에 일본과 한국이 어찌나 닮은꼴인지 읽는 내내 웃었다. 작품성이 뛰어나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할 테지만, 읽는 내내 웃고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코믹 에세이 장르에서 작품성이라고 부를 만한 덕목이다. 아, 한국과 일본이 똑같은 에피소드 중 하나. 바로 세일즈 전화와 관련해서다. 개인정보가 착실히 유출된 덕에 “사모님(어머님)~” 하고 전화가 걸려올 때가 있다. 나는 다카기 나오코처럼, ‘사모님(어머님) 아닙니다’하고 대응하는데, 그러면 상대는 ‘누님(고객님)~’으로 말을 바꾼다. 다카기 나오코는 누군가의 아내로 살지 않고 존재하는 법에 대해 유쾌하게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