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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즘 영화·비디오 - 여성영상공동체·타흐미네 밀라니 특별전
2002-03-29

그들은 현실에서 전선(戰線)을 만든다

카메라를 들고 세상 속으로 돌진하는 여성들과 만난다.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 그들의 현실과 이상을 빼어 닮은 이즈음의 여성 영화들.

감각원격조정장치

Romote Sensing 감독 우르술라 비이만 . 스위스 . 2001년 . 53분 . 비디오에세이 . 여성영상공동체

<욕망을 쓰기>(Writing Desire)에서 네트상으로 떠도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추적했던 우르술라 비이만이 이번에는 <감각원격조정장치>를 통해서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전 지구적 이주 과정을 나사(NASA)의 위성추적장치로 뒤쫓는다. 매매춘은 독일과 체코의 경계에서부터 동남아의 미군주둔지대까지 전 세계를 망라한 채 벌어지고 있으며 여성들은 그 전 지구적 몸의 유통회로를 작동하게 하는 교환물이 되어 유령처럼 지구 곳곳을 떠돈다. 이 작품은 로라의 집을 탈출한 여성을 제국의 이름으로 다시 감금시키는 탈식민지 시대의 신식민지적 여성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비이만은 이전 작품인 <욕망을 쓰기>와 마찬가지로 감춰진 부조리한 현실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액티비즘 비디오와는 다른 방식의 액티비즘 비디오를 선보인다. 컴퓨터 가상이미지,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이미지, 디지털 매트릭스코드 등을 뉴에이지음악과 연결지어서 기존의 우리의 지각이미지를 뒤흔드는 시청각 이미지 배열과 동시대 여성의 시공간을 연결짓는다. 관객은 이 새롭게 펼쳐진 지각의 지평에서 비일상적인 시청각 경험을 하게 된다. 새로운 시청각 이미지의 배열에서 ‘여성에겐 국가가 없다’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비디오.

카불, 카불 The Season of Men 감독 세디카 모자디디 . 아프가니스탄,미국 . 2000년 . 다큐멘터리

감독인 세디카 모자디디는 자그마한 소니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고향인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을 23년 만에 다시 방문한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지대를 시작으로 잘라라마바드, 카불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감독은 절망의 독백을 나직이 내뱉는다. 그곳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은 오랜 전쟁을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떠나버리고 가난한 사람들만이 남아 생존과 씨름하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정권은 여성들의 교육을 금지시켰고, 사진이나 영화 등 모든 시청각적 기록행위 자체를 금지시켰다. 망명자의 몸이 되어서 조국을 방문한 감독은 황량한 사막, 지뢰밭과 땅에 처박힌 무기들, 폐허가 된 집들, 난민촌, 험한 산들, 노점으로 가득 차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길을 끊임없이 방황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머물 곳이 없는 황토길과 그 황토색만큼이나 무표정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얼굴로 가득 차 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생존과 씨름해야 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과 끝없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어머니는 딸의 중재(목소리)로 그 길 위에서 화해한다. <칸다하르>(마흐말바흐 감독, 이란, 2001)가 결국 넘지 못했던 그 사선에서 마주한 것은 슬픔과 죽음이었고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신(神)밖에 없었으며, 그러한 조국을 떠나지 못한 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그린 카드>(모하마드 재파리, 이란, 2001)의 감독처럼 자살밖에 없었다.

두 여인

Two Women 감독 타흐미네 밀라니 . 이란 . 1999년 . 96분 . 극영화 . 특별전

타흐미네 밀라니는 <탄식의 전설>을 통해서 국제적으로 처음 자신의 이름을 알린 뒤 <두 여인>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두 여인>은 여성들간의 우정, 여성의 삶, 그리고 여성의 우정과 삶을 제약하는 현실을 재현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15년 동안 연락이 두절된 채 산 로야와 페레시타가 다시 만나서 밝혀지는 페레시타의 과거를 통해서 어떻게 한 여성이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서 자신이 원했던 삶과는 전혀 다른 질곡의 삶을 살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천재 소리를 들었던 페레시타와 평범했던 로야. 이 두명은 대학에서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그러나 페레시타가 학교의 휴교령과 자신을 쫓아다니는 스토커로 인해 고향에 내려간 이후 두명은 연락이 두절된다. 페레시타는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오던 스토커를 따돌리려다가 한 아이를 다치게 하고 오토바이를 몰고 뒤따라 오던 스토커는 한 아이를 사고로 죽이게 된다. 이 사건으로 스토커는 13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가게 되고, 페레시타는 그 전부터 자신을 짝사랑했던 남자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남편의 의처증에 시달리면서 외출이나 전화를 일체 사용하지 못한 채 두 아이의 엄마로 10년을 넘게 결혼생활을 한다. 그러나 형량을 마치고 나온 스토커가 다시 페레시타를 칼을 든 채 찾아오고 남편은 이 스토커를 말리려다가 스토커에게 칼을 맞는다. 남편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 페레시타. 자유가 주어졌지만 자기존중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페레시타가 단짝 친구인 로야의 이름을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대학교 휴교령으로만 재현된 이란의 혼란스러운 역사는 <숨겨진 반쪽>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숨겨진 반쪽

The Hidden Half 감독 타흐미네 밀라니 . 이란 . 2001년 . 108분 . 극영화 . 특별전

<숨겨진 반쪽>은 한 여성의 개인사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직후의 내전의 역사를 겹쳐놓은 작품이다. 심의를 통과하는 데 7년이 걸린 이 영화는 이슬람혁명 직후 국가통치 헤게모니 쟁취를 위해서 모든 정치적 자유를 봉쇄했던 당시를 반이슬람적 관점으로 회상했다고 해서 감독인 밀라니를 영화의 여죄수처럼 사형의 위기로 내몬 작품이다. 타흐미네 밀라니는 <두 여인>에서 보다 더 깊숙이 역사와 연관되어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 주인공은 <두 여인>과 <숨겨진 반쪽>에서 동일한 페레시타는 이름으로 동일 배우가 연기한다.페레시타는 내란 당시 좌익운동을 했던 운동권 여대생이다. 그녀는 이란이 이슬람 국가가 된 현재 좌파였던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판사인 코스로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인 코스로는 사형수로 복무중인 한 여성정치범을 조사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페레시타는 사형수를 만나기 위해서 떠난 남편의 여행가방에 자신의 과거 운동경력과 결혼 이전에 다른 남자를 사랑했던 일을 적어놓은 일기장을 넣어둔다. 영화는 남편인 코스로가 아내인 페레시타의 일기장을 읽어가는 플래시백으로 전개된다. 사형수 여자를 만난 남편 코스로. 그는 일기장을 통해서 아내를 이해했던 것처럼 사형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타흐미네 밀라니는 여성, 사랑 그리고 역사를 정치적 멜로드라마 장르 위에 펼쳐놓는다. 여성이 어떻게 공적인 역사와의 감정적인 연루를 통해서 법의 영역을 빗겨가게 되는가를 솔직하고도 쉽게 말하는 영화. 김선아/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전복의 매혹, 신나게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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