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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바벨 마을에 모인 일곱 남녀들 <바벨250>

남해의 다랭이(多+language+異) 마을에 한국, 브라질, 프랑스, 타이, 러시아, 베네수엘라, 중국에서 온 7명의 남녀가 모인다. 그리고 이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놀랍게도 오직 모국어만 사용해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tvN의 <바벨250>은 7개 다른 나라에서 온 남녀가 모국어로만 생활하고 소통하는, 심지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으로 담아낸다. ‘바벨’은 구약성서 창세기의 바벨탑의 그 바벨이다. 높은 탑을 쌓아올려 하늘의 권위에 닿으려 했던 인간에게 분노한 신이 그들에게 각기 다른 언어를 주어 오해와 불신을 쌓도록 한 의미심장한 이야기. 이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 7개국의 젊은이들에게 소통을 빼앗은 것 만으로 모자라 불통 상태에서 공통의 미션을 실현시키게 한다. 그들 모두를 아우르는 새로운 언어인 ‘바벨어’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브라질의 삼바 챔피언이자 망게이라 음악학교의 리더, 러시아의 SNS 스타, 미스 베네수엘라, 타이의 1조원대 갑부 등 관심을 끌 만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을 섭외했다. 지나친 불통으로 인한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한 국가의 언어만 통역하는 무전기를 리더에게 주는 한편, 상황에 따라서는 7개 국어 동시 통역사들을 그야말로 동시에 배치하여 끊어질 듯한 소통을 이어나간다. 이런 장치들의 기술적인 진행의 묘와 더불어, ‘고구마 100개를 먹고 물도 못 마신 것 같은 답답함’ 등의 사이다 자막은 프로그램의 진행을 거든다. 바벨 마을에 모인 이들에게 ‘YES’는 TA. ‘조심해’는 PO. ‘피곤해’는 UMYA. 회를 거듭할수록 제작진의 고충이 작위적인 부작용을 낳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시도만으로도 흥미로운 이 프로그램을 응원하는 마음은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