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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JTBC 드라마 <청춘시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환기 파리의 좋았던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는 JTBC 드라마 <청춘시대>의 연남동 셰어하우스 이름이기도 하다. ‘소심이’ 유은재(박혜수), ‘생계형 철의 여인’ 윤진명(한예리), ‘외모 센터’ 강이나(화영), ‘연애 호구’ 정예은(한승연), ‘여자 신동엽’ 송지원 (박은빈) 등 홈페이지의 유형화된 캐릭터 소개는 우아한 건물주 할머니(문숙)의 여흥을 위해 구색을 맞춘 멤버처럼 보였으나, 우려와 달리 할머니는 자기 인생을 즐기는 데 여념이 없고 다섯명의 하우스메이트들은 첫인상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관계에서 자발적으로 쓰는 가면과 거짓말을 통해 서로 보고 보여주는 면모가 인간의 전체가 아니라는 것을 거듭 확인한다. 또한 자기 삶의 궤도와 다른 궤적을 그리는 타인과 일시적으로 같은 시기, 한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 비교하거나 선망하고 낮은 자존감 때문에 상대의 상을 일그러뜨리기도 하며, 때로 서로 자존심을 채워주는 역할을 알면서 주고받기도 한다.

‘벨 에포크’라는 시기와 장소를 공유하는 다섯명의 20대 여성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현실에서는 당연한 인간관계의 역동성이, 주로 주인공 남녀간의 사랑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마련된 드라마의 시간과 장소 속에서 얼마나 억눌려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남자 캐릭터의 행동과 대사에 적극적으로 로맨스 맥락을 더하는 의역을 걷어낸 결과, <청춘시대>의 남자 캐릭터들이 여성 앞에서 취하는 일상적인 동작과 말은 전에 없던 리얼리티와 긴장을 만들어낸다(현실의 불쾌와 지질함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간신히 균형추가 맞춰진 저울을 손에 넣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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