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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TV 속의 비현실적인 혼밥 - 올리브TV <조용한 식사>

장면1. 무역상 이노가시라 고로.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로 녹음기를 사러 간다. 전자제품의 홍수 속에 마음의 평정심을 잃은 그에게 평온함을 준 것은 만세바시의 가쓰산도(돈가스 샌드위치). 촉촉한 가쓰산도를 한입 베어물며 거리를 바라보는 이노가시라 고로. 장면2. 영업담당 샐러리맨 이와마 소다쓰의 설날맞이 풍경. 집에서 혼자 맞는 설날을 위해 그는 해넘이국수를 준비한다. 다양한 고명과 국수를 준비해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이와마 소다쓰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하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고독한 미식가>(장면1), 그리고 라즈웰 호소키의 <술 한잔 인생 한입>(장면2)에서 그려낸 혼자 먹는 밥, 혼밥의 모습이다.

올리브TV의 <조용한 식사>는 혼밥을 테마로 한 먹방이다.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한 사람이 약 5분간 음식을 먹는다. 흔한 자막도 거의 없고, 사람에 따라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배우 오광록이 철길 위에서 백숙을 먹고, 가수 김경록이 폐가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배우 김민준이 한남대교 아래서 수제비를 먹고, 유치원의 세 아이가 수영장에서 자장면을 먹는다. 1회 방송분에 5분 정도의 조용한 식사가 다섯번 이루어진다. 자막도 대본도 없으므로 소리가 방송의 중요한 재료가 된다. 이어폰을 꽂고 소리에만 집중하면 그 공들임이 느껴진다. 5분 정도의 조용한 식사는 유튜브나 모바일용 콘텐츠로도 충분히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고독한 미식가>나 <술 한잔 인생 한입>에서 우리가 느끼는 매력인 감성적 동질성을 놓친 부분이랄까. 저렇게나 예쁘고 깨끗하고 밥 먹은 뒤의 만족도가 동일한 혼밥은 역시 TV 속에서나 있는 것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