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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조디 포스터 연출, 조지 클루니 주연의 <머니 몬스터>
안현진(LA 통신원) 2016-09-13

<머니 몬스터>

주식과 투자에 대한 TV쇼 <머니 몬스터>의 생방송중 스튜디오로 수상한 남자가 난입한다. 택배기사로 위장한 남자(잭 오코너)는 진행자인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를 순식간에 총으로 제압하더니 리에게 폭발물이 설치된 조끼를 입히고 위협한다. 리의 조언에 따라 전 재산을 투자했으나 모두 잃게 된 남자는 왜 그렇게 된 거냐며 진실을 종용한다. 상황실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는 프로듀서 패티 펜(줄리아 로버츠)과 리는 방송의 특성을 통해 시간을 끌어보려고 하고, 그러는 중 감춰진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배우 출신 감독 조디 포스터의 <머니 몬스터>는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선에서 접근하는 스릴러이자 실내극이며, 블랙코미디다. “컴퓨터의 오류”로 주가가 폭락한 IT기업, 투자 알고리즘을 만들어낸 프로그래머, 실패한 투자자, 미디어, 그리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구경꾼 등 일견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까지도 사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또 영향을 받는지 그려낸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총을 들고 마이크를 들고 돈을 든 남자들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사건의 방향을 트는 역할을 하는 건 여자들이다. 미디어와 SNS가 대중을 이용하고 대중에게 소비되는 방식이 영화에서 다양하게 연출되는데 그 또한 재미다.

<머니 몬스터>를 연출한, 우리에게는 배우로 더 많이 알려진 조디 포스터를 영화 개봉을 한참 앞둔 지난 3월4일에 만났다. 어느덧 네편의 영화를 연출한 조디 포스터 감독과 나눈, <머니 몬스터>에 대한 묵혀둔 이야기를 전한다.

<머니 몬스터> 촬영현장의 조디 포스터(오른쪽).

“언제나 감독일 때 편안하다” - <머니 몬스터> 조디 포스터 감독

-영화에서 진짜 나쁜 사람은 누구인가.

=나다. (하하) <머니 몬스터>는 복잡한 영화다. 이 이야기를 좋아한 이유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엮어내는 관계가 마지막에 어디에 이르게 되는지 기대하는 것이 좋았다.

-거대한 드라마가 실내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앨런 파큘라, 시드니 루멧이 연상됐다.

=맞다. 시드니 루멧은 내게 영웅이나 마찬가지다. <뜨거운 오후> <네트워크> 같은 영화들과 조금이라도 비슷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유사한 점을 찾자면… 실시간으로 사건이 진행된다는 것이고, 관객이 그 사건의 안팎을 다양한 각도에서 탐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스타일을 유지하지만 일말의 풍자가 있는 점도 비슷하다.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가 출연하니 촬영장이 즐거웠을 것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지와 줄리아가 시각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장면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둘은 항상 함께이며, 영화는 이 둘에 대한 이야기다. 패티는 프로그램 감독으로서 방송이 아닌 생존을 만들어내야 하고, 리는 패티가 함께 있다는 사실에 겁을 먹는다. 하지만 이 둘이 한 공간에서 호흡을 맞춘 건 촬영 첫날과 마지막날, 이틀뿐이다.

-감독인 당신과의 관계는 어땠나.

=둘 다 좋았다. 하지만 한번도 셋이 함께 교류한 적은 없었다. 둘 다 경험이 많은 훌륭한 배우들이고 두 사람은 서로 잘 알고 있었다. 둘 사이에만 통하는 사인같은 것이 있어서 둘이 함께 연기할 때는 감독인 내가 할 일이 없을 때도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현대사회의 경제에 대해 많이 연구했나.

=물론이다. 그럼에도 겨우 수박 겉핥기 수준일 것이다. 이 시대의 경제 시스템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복잡하다. 이 시스템이 망가졌으니 버려야 한다는 건 아니다. 시스템을 규제함에 있어 균형을 잃었고, 그래서 결함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혹시 자본주의를 다룬 또 다른 영화 <빅 쇼트>를 봤나.

=좋은 영화다. 하지만 <머니 몬스터>와 전혀 비슷하지 않다. 100%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빅 쇼트>는 역사적인 이벤트를 다루는 용감한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와 <빅 쇼트>가 취하는 감독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조니 클루니는 훌륭한 배우이고, 역시 훌륭한 감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면은 없었나.

=그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영화 만들기에 관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구분하는 게 확실했다. 배우로 일하고 있을 때는 연기를 했고, 제작자 역할을 할 때는 그에 맞게 움직였다. 조지는 이 바닥에 오래 있었고 그렇기에 그에게 역할을 제시하고 그의 행동과 반응을 보는 것이 재밌었다.

-영화의 주제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흥미를 느낀 부분은 캐릭터다. 나에게 그외의 것들은 배경일 뿐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배경이 현 시대와 많은 관련이 있다. 미디어가 가지는 권력, 미디어와 파이낸스의 관계 등이 그렇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큰 주제는, 실패다. 그중에서도 인간이 실패감과 공포를 다루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속 세 남성 캐릭터는 각자 중대한 결정을 하는데, 그 결정의 바탕에는 가진 것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실패감을 느끼는 이유 중 일부는 강한 여성 때문인데, 그 역시 흥미로웠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좀 편안해졌나.

=언제나 감독일 때 편안하다. 연기할 때와 비교하면 그렇다. 연기의 기술을 알지만 그게 자연스럽게 습득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을 들여 결정을 내리는 것,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스태미나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의 것 같다. 연기는 순간에 몰입해서 쏟아내야 한다. 그래서 연기가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지만.

-이제 연기는 안 하는 건가.

=연기는 세살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해왔다. 배우가 아닌 삶은 생각하기 어렵다. 얼마나 자주, 많이 할지에 대해서는 모른다. 긴 경력을 가졌다는 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력을 감독으로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연기자로서의 경력은 나에게 최고의 영화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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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