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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지켜야 할 것들 <질투의 화신>

여자주인공을 생계 때문에 참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 속으로 밀어넣고선 불평도 없고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 성품을 미덕으로 삼는 드라마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들은 대개 ‘캔디형’으로 분류되었다. SBS <질투의 화신>에서 아나운서 최종심에서 탈락하고 기상캐스터로 일하는 표나리(공효진)도 열심히 사는 걸로 치면 그 어느 캔디에 뒤지지 않는다. PD의 성추행 발언도 견디고, 방송국의 이런저런 잡일을 자청하며 아나운서 자리를 선망하는 그녀는 방송이 없는 주말에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반값에” 해드린다며 해외 촬영도 따라나선다. 남동생의 학원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주인공 표나리의 처지와 행동에 공감했다면 곧이어 이를 되짚어보게 하는 블랙코미디가 펼쳐진다. 미모의 기자인 자신이 방송국에서 이룬 성취를 뽐내는 계성숙(이미숙)과 인기가 높은 아나운서직의 국장인 방자영(박지영)이 서로 방송국의 노른자와 꽃을 운운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방 국장이 참지 못하고 따귀를 올려붙인 시점은 계 기자가 아나운서직을 계약직으로 돌려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그들의 인건비가 낭비라고 지적했을 때였다. 표나리가 저지른 잘못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방송국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내 “자리”가 없는 불안에 사로잡힌 그녀가 방송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익힌 것과는 별개로 책정된 수당의 반값을 부르며 하한선을 낮춘 것은 다른 사람의 일을 대접받지 못하는 자리로 끌어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 때문에 낮아진 자존감은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의 경계를 구분해야 회복되지 않을까? <질투의 화신>은 표나리를 캔디 자리에 머무르게 놔두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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