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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다시 들어보니 - 015B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015B는 나의 음악적 고향이다. <떠나간 후에> <H에게> <그녀의 딸은 세살이에요> 등 015B의 몇몇 발라드를 나는 정기적으로 찾아 듣는다. 이 노래들은 모든 고독과 그리움과 청승의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발라드’와 함께 015B를 들여다볼 수 있는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진보’다. 1990년대 개막과 함께 등장한 015B는 당대의 실험적이며 트렌디한 그룹이었다. 그들은 아직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유행을 앞장서서 흡수했고, 당시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전자음악을 파격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경우, 하우스 사운드 자체도 낯선 데다 그 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주가 1분20초나 지속되었던 기억이 난다. 뜬금없지만 015B는 힙합 그룹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진보적인 면모가 ‘랩의 시도’로 연결되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시대를 앞서가려고 노력했던 젊고 패기 넘치는 그룹에 의해, 그렇게 탄생되었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모든 벌스가 랩으로 이루어진 노래였다. 비록 라임은 부족했고, 랩보다는 ‘내레이션’에 더 가까웠지만 당시로서는 이 정도의 성취만으로도 파격이었다. 게다가 랩이 느릿느릿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일명 ‘슬로 랩’이었다. 이 역시 당시 기준으로 보면 새로운 것이었다. 1991년이었음을 잊지 말자.

그러나 이 노래의 서사는 현재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당시에는 ‘자상하고 현명한, 아는 오빠의 조언’이었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본다면 이것은 ‘맨스플레인’이 아닌가! 재미(?)있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