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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한 발짝 밖으로 - 조윤희
윤혜지 사진 오계옥 2016-10-11

조윤희가 변했다. 어느덧 데뷔 16년차. 이토록 꾸준하고 기복 없는 배우도 드물 거다. 변화가 감지된 건 최근부터다. 언제 봐도 편안하고 기분 좋은 조윤희의 차분한 인상에 쾌활함이 더해졌다. 드라마 속 캐릭터 바깥으로는 잘 나오지 않고 오로지 연기만 하며 지내는 듯 보이는 조윤희가 캐릭터가 아닌 조윤희라는 사람 자체로 대중을 만나기 시작한 이후다. 조우는 뜻밖에도 예능 프로그램 <더 바디쇼3: 마이 보디가드>의 MC로서 이뤄졌다. “배우는 최대한 노출을 적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대중에 친근한 사람이 되는 게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더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말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싶어졌다.” 한 발짝 연기 밖으로 나온 조윤희는 지난 5월부터 라디오 <조윤희의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하며 대중과 더 가까이 만나고 있다.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잘한단 말을 듣는다. (웃음) 디제이로선 성장하는 중이라 아직 서툴지만 더 친근하고 자연스러워지고 싶다.”

<럭키>에서 “아기자기함을 담당하고 있는” 리나는 지금까지 조윤희가 만들어온 이미지들의 연장에 있으며 쾌활함을 더욱 드러내는 캐릭터다. 어른에게 잘하고 소탈하며 캐주얼한 인물이다. 목욕탕에서 형욱을 구조한 뒤 기억을 잃은 형욱을 계속해서 보살피는 리나는 “형욱의 무거운 분위기를 긍정 에너지로 해소하는” 밝은 사람이다. “‘오지라퍼’지, 뭐. (웃음) 직업이 구급대원이다 보니 남 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기도 하고, 옆에서 자꾸 눈에 띄니 신경이 쓰이기도 할 테고, 형욱이 따뜻한 사람인 걸 알고 돕다보니 이렇게 저렇게 마음도 생기고. 하하.” 처음 조윤희는 임지연이 연기한 신비로운 여성 은주 역으로 캐스팅되었으나 촬영 전 감독의 재고로 역할이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각 배우에게 모두 득이 된 결정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영화에서 리나가 입고 등장하는 편안한 룩의 의상과 소품도 전부 조윤희가 실제 입고 사용하는 것들이라고. “리나를 파악해가다보니 평소의 나와 정말 비슷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내 옷을 입겠다고 의상팀과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지나치게 자연인으로 보이는 건 헤어, 메이크업까지 내 평소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웃음)” 유해진과 일대일 연기를 하며 배운 건 대사를 “뻔뻔하게 내뱉는” 법이다. “이전엔 한번도 작품에서 애드리브를 해본 일이 없었다. 시나리오에 있는 대로 말하는 편이었는데 유해진 선배와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즉흥연기를 익히게 됐다. 유해진 선배가 신마다 대사를 조금씩 바꿔서 하시니 나도 덩달아 생각도 못한 리액션을 하게 되더라. 엔딩에 가까워서 모든 비밀을 알게 된 리나가 횡설수설 헛소리를 하는 것도 다 시나리오에 없는 거다.”

여느 배우에게라면 그리 특별하지 않았을 즉흥연기가 조윤희에게 별스런 일이 된 건 그가 16년간 한결같이 성실한 타입의 연기를 해온 배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연인 조윤희는 더욱 규칙적이다. 왁자하게 노는 대신 조용히 홀로 시간을 보내길 즐기는 조윤희의 생활이 “누군가에겐 재미없게 보일지도” 모른다. 조윤희의 일상은 유기견 여덟 마리를 보살피거나 운동을 하거나 영어나 수영 등을 배우는 일로 채워진다. 스트레스도, 일본어를 배워서 남들이 모르는 한자를 읽을 줄 알게 됐음에 기뻐한다든가, 물을 무서워했는데 수영에 익숙해지게 된다든가 하는 “혼자만의 작은 성취에 보람을 느끼는” 일로 해소한다. 한창 출연 중인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엉뚱하고 쾌활한 재단사 나연실을 연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쁘게 나오는 건 애초에 포기했다. 망가지는 역할을 해본 적도 없었는데 이번 드라마에선 나도 몰랐던 별 이상한 표정이 다 나온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약간의 도전이긴 했지만 하다보니 재밌고 편해지더라. 이십대 때만 해도 ‘내가 이걸 어떻게 하지, 못하겠어’라고 생각했다. 어둡다, 자신감 없어 보인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벽을 깨보고 싶었고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바뀌기까진 십년쯤 걸린 것 같다. (웃음)” 이제야 세상에 첫걸음을 내디딘 아이처럼, 조심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조윤희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꾸준하게 건강한 호감의 아이콘으로 조윤희만의 길을 걸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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