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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x cross] “더불어민주당 SNS 전략위원장으로 셀프 임명했다” - 신간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을 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16-10-1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의 지역구였던 망원동에 산다. 동네에서 정청래 의원을 두번 만난 적 있다. 한번은 동네 콩나물국밥집에서였다. 지난 총선이 끝난 다음날 이른 아침, 그는 손혜원 국회의원 당선자와 함께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선거 승리를 자축했다. 공천에서 떨어진 까닭에 속이 쓰릴 법도 한데, 누구보다 활짝 웃으며 손혜원 의원 당선을 기뻐하는 그의 통 큰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고, 잔상이 오래 남았다. 또 한번은 동네 주꾸미집에서였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정청래 의원은 “국회의원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다룬 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쓴 책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이 얼마 전 출간됐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내년 대선, 정권을 교체하는 데 필요한 무기를 장착한다는 마음으로 썼다”며 “놀지 말고 이 책을 들고 더 많은 국민을 만나라는 계시인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백남기선생지키기범국민대회에 참석하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지키랴, ‘정치알바’, ‘김어준의 파파이스’ 팟캐스트 방송하랴, 의원 시절보다 더 바빠 보이는데, 정작 그는 스스로를 “이 시대의 참 한가인”이라 부르며(그러면서 이 시대의 연정훈을 찾았다) 여유가 넘쳤다.

-책 반응은 어떤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출판사는 예약 판매 반응이 꽤 좋다고 하더라.

-책 소개 표현을 빌려 질문하자면, “컷오프당한 주제에 국회의원을 고르고, 부리고, (국회의원이) 되는 법을 주제로 한 유권자 지침서”를 쓰게 된 계기는.

=국회의원이 됐든 안 됐든 총선이 끝나면 생기는 잠깐의 공백기를 활용해 ‘정청래의 말하기 특강’이라는 주제의 책을 쓰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그런데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잘 모르니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지금, 국회의원의 정체를 리얼하게 드러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며 출판사 푸른숲을 소개해줬다. 기득권 세력은 투표율을 떨어 뜨리기 위해 정치를 냉소하고 혐오하는 전략을 쓴다. 거기에 속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국민들을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것인가. 그 매뉴얼을 국민에게 제시하자는 마음으로 19일 만에 써내려갔다.

-책에는, 좋은 국회의원에는 다크호스형, 인품 리더십형, 불굴 소신형, 스마트한 정책통형, 용감무쌍 당성형, 현장형, 거침없이 모든 이슈형 등 여러 유형이 있다고 했다. 당신은 어떤 유형에 속하는 것 같나.

=‘거침없이 모든 이슈형’인 것 같다. (웃음) 도의원이나 시의원과 달리 국회의원은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에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사람들이 등대의 불빛을 길잡이 삼는 것처럼 판단하기 헷갈리는 이슈가 있을 때 신뢰할 만한 국회의원이 ‘저 길이 맞는 것 같다’고 얘기하면 안심이 되지 않나.

-백남기 선생의 사인이 병사라고 작성된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를 비롯해 SNS를 통해 여러 이슈와 관련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내는 것도 그래서인가.

=백남기 선생의 딸인 백도라지씨가 이 책의 책임편집을 맡은 인연으로, 백도라지씨가 사망진단서를 보여주며 ‘병사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하더라. 검찰이 부검을 하기 위해 병사로 처리했다는 냄새가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서창석 서울대병원 병원장이 대통령 주치의였다는 사실도 석연치 않았고. 전 국민이 백남기 선생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모습을 목격했는데 병사로 처리하려고? 장례식장을 나오니 ‘오마이TV’가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때 사진으로 찍은 사망진단서를 공개한 것이다.

-지난 총선 얘기도 좀 해보자. 3월10일 선거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무적 판단”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 했다. 그때 심정이 어땠나.

=그 전날,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전화를 걸어와 5:4로 공천이 될 것 같고, 자신이 캐스팅 보트가 될 것 같다고 알려줬다. 내가 공천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네명이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불쾌했다. 그때만 해도 컷오프될지 몰랐다. 3월10일, 누군가가 아파트로 찾아와 공천 탈락했다고 알려주었다. 이틀을 집에 있다가 재심을 신청하기 위해 사무실에 나갔더니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당은 재심에서 구제해주는 분위기였는데 토론도 없이 기각됐다. 나중에 들어보니 김종인 대표가 재심위원장을 불러 ‘(정청래를) 구제해주지 마라’, 공천관리위원장을 재심위원장에게 보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받아주지 않겠다’고 얘기했다더라. 컷오프당한 뒤 또 컷오프를 당한 셈이다. 충격이 컸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처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법을 강구해보진 않았나.

=애초에 그런 컨셉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국회의원이 되면 내 정체성을 잃게 되니까. 선거에 나가면 내가 있었던 당을 공격해야 하잖나. 더불어민주당을 찍지 말라고 얘기하면 (당이) 수도권에서 전멸하게 된다. 무엇보다 혼자 배지 달고 동료들이 낙선하면, 그건 지금까지 보여줬던 언행들을, 그러니까 나를 부정하게 되는 거다.

-그때 공천 탈락자들을 모아 ‘더컸유세단’을 결성한 뒤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했다. 조직에 큰 상처를 받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나도 컷오프되고, 당도 패배하면 최악의 상황이잖나. 나도, 당도 최악이 되는 상황을 막자는 마음으로 선거운동에 나서게 됐다. 도종환 의원이 “정 의원, 진짜 미안한데 컷오프에서 탈락한 사람이 공천을 통과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만큼 큰 감동이 어디 있나. 불출마 선언하고 함께 선거운동을 다니자”라는 말해주었는데, 그 말이 큰 의미를 주었다.

-20대 국회 국정감사가 파행 중이다.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가.

=여대야소였던 19회 국회와 달리 이번 국회는 여소야대다. 19대를 바라봤던 시선으로 지금 국회를 보면 안 된다. 일단, 새누리당이 거대 여당일 때 했던 것들을 야당도 똑같이 해봤으면 좋겠다. 옳다고 판단되면 직권상정도 하고.

-그렇게 하라고 국민이 만들어준 정국이 아닌가.

=‘새누리당은 해도 되고 야당은 하면 안 된다’는 건 공평하지 않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테러방지법에 대해 직권상정을 했는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은 왜 하면 안 되나.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단식을 할 게 아니라 (국회법대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면 되지 않나. 국민들이 그걸 보고 비교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최근 정치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서 내년 대선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도 내년 대선 승리 전략을 다루고 있다. 여러 승리 전략 중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이하 선대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선거전은 말 그대로 선거 전쟁이다. 전쟁할 때 사격명령권과 선전포고권이 한 사람에게 있는 것처럼 선대위원장 한명이 선거 캠프와 전략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대선 후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대선 기간 동안 그는 배우여야 한다. 짜증나도 웃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선대위원장이 무려 열명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대선 후보 한명, 선대위원장 한명,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당원과 지지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만약 당에서 선대위원장을 하라고 하면 받아들일 생각이 있나.

=사양해야지. 나 같은 사람은 행동대장이 어울린다. 당 대포? (웃음)

-또, SNS를 선거에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는데.

=SNS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정치인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SNS를 잘 활용해 대선에서 두번이나 승리했다. 자원봉사자 240만명으로 구성된 오바마 캠프 SNS 전략팀이 마이크로 타기팅을 잘 구사한 덕분이다. 마이크로 타기팅은 240만명의 자원봉사자를 개인의 성향에 맞게 공격조, 방어조, 정책조, 후원금조, 이렇게 4개조로 역할을 분담한 것이다. 가령 공격조는 하루 종일 프레임 전쟁만 한다. 정책조는 오바마와 민주당의 정책을 SNS에 퍼다 나르며, 오바마가 당선되면 어떤 이익이 있는지 알린다. 지난 대선에서 이걸 하자고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 못했다.

-내년 대선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벌써 더불어민주당 SNS 전략위원장으로 셀프 임명했다. 당이 임명해주고, 안 해주고는 상관없다. (웃음) 내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회에서 가장 먼저 임명된 사람이 나다. (일동 웃음)

-영화는 얼마나 좋아하나.

=많이. 국회 문화관광위원도 했잖나.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영화배우가 꿈이었다. 거울 보고 연기 연습도 하고. 그런데 얼굴이 너무 커서…. (웃음)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

=생애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본 영화가 소피아 로렌이 나온 <해바라기>(감독 비토리오 데시카, 1970)다. 충청남도 금산 출신인데 금산이 시골이라 극장이 없어 대전 시내까지 나가서 봤다.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다. 007 시리즈보다 훨씬 더 좋아한다.

-국회의원 때도 거리에 많이 나갔지만, 의원 신분이 아닌 지금,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니 어떤가.

=낯설다. 성격상 집회에 참석하면 맨 앞에 서고 싶은데 지금은 중간에 서기를 연습하고 있다. 앞에 나가는 걸 어려워해서가 아니라 현역 의원들을 배려해서다. 사람들이 현역 의원이 아닌 내게 와서 인사를 해 민망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니까. 앞으로 4년 동안 더 많은 동료 의원들이 거리에 나가 국민에게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먼발치에서 그들을 지켜볼 것이다.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정청래 지음 / 푸른숲 펴냄

임기 4년 중에서 3년11개월을 국민 위에서 군림하다가 선거기간 한달만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당장 TV를 켜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은 그런 나쁜 국회의원과 4년 내내 선거활동 하듯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국회의원을 감별하는 법을 쉽게 알려주는 유권자 지침서다. 국회의원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그들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그들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컷오프당한 이후 와신상담하고 있는 정청래 전 국회의원이 특히 힘을 준 챕터는 ‘대통령 선거 이기는 법’이라는 이름의 부록이다. 정권 교체를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지 알면 내년 대선이 눈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