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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그 모습 그대로 - <춘몽> 이주영

“시예요, 언니가.” 일순, 깊고 나른한 춘몽에 빠져드는 것처럼 영화적인 순간. 예리(한예리)에게 나지막한 고백을 건네는 그녀가 궁금했다. 쇼트커트에 중성적인 차림새, 공을 차고 스쿠터를 몰며 시를 읽고 쓰는 그녀는 ‘지질한’ 남자 삼인방과는 달리 어떤 질서에서도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존재다. “배우 본연의 모습을 작품에 녹여낸다”는 장률 감독의 방식대로, 그녀의 팔할은 실제 배우 이주영의 모습이다. 헤어스타일과 차림새, 스쿠터를 즐겨 타고 구기 종목에 능한 것부터 기죽지 않는 당당함까지 말이다. 체육 전공이던 그녀는 대학교 2학년 때 연기 전공으로 전과한 뒤 <전학생>을 비롯한 단편에 출연하다 올해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을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세편의 장편영화 <춘몽>과 <꿈의 제인> <누에치던 방>에 출연했다. 한국영화계에 보기 드문 캐릭터의 등장을 반기며, 부산국제영화제 일정을 소화 중인 이주영을 만났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을 비롯해 <꿈의 제인>과 <누에치던 방>, 세편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지지난해에는 관객으로, 지난해에는 단편 <전학생>으로 왔는데 올해는 장편 세편으로 오게 됐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마냥 행복하고 즐겁다.

-장률 감독과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다고.

=감독님이 2013년 부산평화영화제 심사위원을 하셨을 때, 내가 출연한 단편을 보신 걸 계기로 가까워졌고, 영화 취향이 잘 맞아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친구처럼 지냈다. 감독님이 처음 <춘몽>을 구상하실 땐 세 남자 위주의 <삼인행>이라는 영화였는데, 어느 날 내게 맡기고 싶은 역할이 생겼다고 하시더라. 기쁘고 설렜다. (웃음)

-극중 주영은 누구보다 자유분방하고 감정에 솔직하다.

=다른 인물들은 수색 안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생활인인 데 반해 주영은 늘 꿈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우발적인 신들이 많아 영화 속 무드를 깨지 않게, 그렇다고 묻히지도 않게 연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예리에게도 누구보다 당돌하게 다가선다. 내가 남자 셋 합친 것보다 낫게, 1 대 3으로 붙어도 이길 만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연기했다. (웃음)

-실제 한예리의 팬이라고 들었다.

=단편 <기린과 아프리카> 시절부터 좋아했다. 감독님이 “너는 그냥 예리를 사랑하면 돼”라고 하셨을 때, 그냥 내 모습 그대로 연기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웃음) 예리 선배를 <필름시대사랑> 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 언젠가 꼭 같이 연기하고 싶다는 편지를 건네기도 했었는데, 영화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오니 쑥스럽더라. (웃음) 감독님이 워낙 배우가 지닌 본연의 모습을 작품에 잘 녹여내신다.

-그렇다면 <춘몽> 속 모습과 실제 본인은 얼마나 닮았나.

=평소에도 스쿠터를 즐겨 탄다. 영화 속 스쿠터도 내 거다. 구기 종목을 좋아하고,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한다. 항상 당당하고 싶고 위축되고 싶지 않다.

-중성적인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

=나는 이런 스타일이 자연스럽고 편하다. 이번에 영화제 온다고 갑자기 소속사에서 네일아트를 하라고 해서 미치겠더라. (웃음) 머리를 기르라거나 여자답게 꾸며보라는 말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다. 내 고유성을 지켜나가고 싶다.

-앞으로 어떤 역할들을 연기해보고 싶나.

=배우이자 여성으로서 영화 안에 우뚝 선 느낌을 줄 수 있는 역할. 하지만 한국 상업영화 안에서 여성 캐릭터는 너무 제한적이다. 판에 박히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차기작은.

=11월에 체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의 촬영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실제 모습과 비슷한 역할이다. 감독님들은 캐릭터를 맡기면서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연기하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 나로선 편하고 좋다. (웃음)

드라마 2016 <역도요정 김복주> 웹드라마 2016 <게임회사 여직원들> 2016 <호러딜리버리 서비스> 영화 2016 <꿈의 제인> 2016 <춘몽> 2016 <누에치던 방> 2015 단편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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