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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독립성 확장인 듯 보이는 분위기의 실체는 강제 거리두기
조종국 2016-11-11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막을 내린 지 한달이다. 이런저런 후일담이나 뒷말에, 예상과 전망까지 나돌 법도 하지만 여태 잠잠하다. 이 평온함은 왠지 불안하다. 이 고요가, 상처나고 일그러진 부산영화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가 끝나자 몇몇 관계자는 올해 부산영화제는 부산시로부터 독립성을 크게 확장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산영화제의 수습 방안을 둘러싼 갈등과 영화계 상당수의 보이콧 유지에 따른 전반적인 침체가 두드러졌음에도 불구하고 태풍이니 뭐니 엉뚱한 분석으로 초첨을 흐렸다. 민간 이사장이 주도해 정관을 개정하고 부산시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부산시장이 개폐막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민간 이양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과 너무 다른 자화자찬, 아전인수이다.

엉뚱하게 올해 부산영화제 독립성 확장의 일등 공신은 민간인 이사장도 개정 정관도 아니고, 이른바 ‘부정청탁금지법’ (‘김영란법’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이라는 말은 그냥 우스개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부산시가 개막식 입장권을 1200장을 가져갔는데 올해는 겨우 300장만 ‘썼다’. 부산시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공공기관, 기업, 언론사 등 가릴 것 없이 혹시라도 법에 저촉되는 사례가 있을지 모른다며 촉각을 곤두세워 극도로 몸을 사렸다는 것이 실무 관련자들의 귀띔이다. 부산영화제와 거리두기를 ‘강제당한’ 셈이다.

부산영화제 파행의 뿌리도 이미 드러났다. 시발은 부산시장의 부당한 간섭이었지만, 그 바탕은 추악한 권력 놀음이었다. 조악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청와대와 문체부의 고위 인사들과 알량한 문화융성위원회 명함을 가지고 그들과 작당해 문화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난봉꾼의 횡포에 결과적으로 부산영화제도 유탄을 맞은 셈이었다. 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분이 지금 부산영화제 이사장이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고 무너진 부산영화제를 정상화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가 아직도 유효한지 의문이다.

반면 감사원과 검찰의 표적이 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부산영화제의 전임 집행위원장은 해를 넘겨가며 재판을 받을 것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년 10월에 부산영화제는 또 열릴 것이다. 그렇게 지나가면 부산영화제는 연례행사가 되겠지만 관객과 영화계가 열광하고 세계가 환호하던 그 명성은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