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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수상한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

<다이빙벨> 포스터.

초유의 국정 농단이 벌어졌다. 믿을 수 없는 진실이 그간 벌어졌던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엔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인 문화융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 검열과 탄압을 위해 블랙리스트를 관리했고 최순실 일가와 측근의 사익을 위해 세금과 행정력을 쏟아부었다.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정책 무능과 후퇴 역시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대통령 하야를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하지만 망가진 시스템이 여전히 가동되고 있음을 경계하자.

북새통 와중에 영진위가 사업 하나를 발표했다. 지난 10월13일과 11월15일 공개한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이다. 작년부터 시행한 이 사업은 위탁수행자가 연간 48편 이내의 한국 예술영화를 선정하고 간접적으로 극장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영화 선정 단계에서 검열이 의심되고 극장 프로그램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영화계가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럼에도 사업은 강행되었고 2015년 9월 독립·예술영화 유통 경험이 전무한 단체에 운영권이 돌아갔다. 시작부터 위기였지만, 극장들은 뒤늦게 당초 기준을 조정하는 전제로 사업에 참여했다. 당장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이에 앞서 폐기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을 짚어보자. 영진위가 영화의 문화 다양성 확대를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으로 2002년 2개관을 시작으로 2010년 최대 32개관, 2014년 20개관을 각각 지원하였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38조(전용상영관 지원)에 근거한 사업으로 독립·예술영화 유통 시장의 근간을 일구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영진위는 어째서 법률 근거까지 무시하고 전례 없는 과정을 거쳐 힘들게 쌓은 성과를 스스로 폐기했나? 관객 실적의 미비로 변화가 필요하다며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유통·배급 지원사업은 어떤 해답을 보여주었나?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 배경에 <천안함 프로젝트> <다이빙벨> 등 정부 심기를 건드리는 영화가 있음을 모르는 이가 이 마당에 누가 있나? 공공재원을 목줄로 영화를 검열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사업이었다. 어째서 이런 엉뚱한 정책이 시행되었는지 원점에서 다시 짚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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