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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통신 끝
이다혜 2016-12-05

<나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 메건 다움 외 지음 / 현암사 펴냄

나에게는 ‘육아와 함께 사라진’ 친구 명단이 있다. 함께 일하는 호흡이 가장 잘 맞은 동료, 통찰력이 뛰어나고 글을 잘 썼던 친구 등이 한명씩 사라졌다. 그녀들에게는 가정이 최우선이고, 친정과 시댁 어르신들, 아이의 육아와 관련된 선생님들이나 학부형들이 그다음이다. 그 사이에 직장을 어떻게든 끼워넣어야 한다. 사교 생활은 그것들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여자에게만 육아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적극적인 육아를 하다 상담치료를 받는 남자들이 있다. 아이가 웃으면 고통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무자식 상팔자 같은 소리를 했더니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아이가 예쁜 것은 예쁜 것이고,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친구들이 사라졌다고 투덜거렸지만, 사실 내가 아는 숱한 엄마, 아빠들은 아이를 위해,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이고, 나는 세금 납부와 기부 활동으로 지구 아이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 거기까지다. 나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 잘 교육받고 부유한, 법적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니어도 건강하게 성장해 원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한국이 되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지만 내가 굳이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나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는 이런 얘기가 16명의 목소리로 실려 있다. 임신 경험이 있거나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을 해본 작가들의 이야기도 있다. 여성의 경우 직업적 성공을 거둔 뒤 이 모든 것은 아이가 없어서 가능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글에는 소설가 지넷 윈터슨의 말이 인용되었다. “저는 롤 모델을 찾을 수가 없어요. 원하는 일을 하면서 평범한 이성애자의 삶을 살고 아이들을 낳은 여성 작가 말이죠.”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케빈에 대하여>를 쓴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백인의 낮은 출산율에 대한 것에 한정되지 않는가 묻는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제프 다이어는 자신과 아내의 가족 모두 후손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는 데 대해 “영원히 통신 끝인 것이다”라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에 대해 쓴다. 대니엘 헨더슨은 엄마라는 역할을 버거워했던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가 우리를 키우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는 기쁨과 행복보다 고통과 아픔이 더 많음을 배웠”다고. 어른이 되면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재고되어야 한다. 능력 밖의 일이라서, 혹은 원하지 않는 일이라서 그 궤도로부터 벗어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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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끝 <나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