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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신작 <씽>
안현진(LA 통신원) 2016-12-12

<씽> 감독 가스 제닝스 / 목소리 출연 매튜 매커너헤이, 리즈 위더스푼, 스칼렛 요한슨, 태론 에거턴, 세스 맥팔레인, 존 C. 라일리, 닉 오퍼먼 / 개봉 12월21일

<슈퍼배드>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마이펫의 이중생활>에 이어 2016년 두 번째로 선보이는 애니메이션 <>은, 영화 내용과 개봉 시기를 볼 때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전세계적으로 <아메리칸 아이돌>과 <더 보이스> 같은 경연프로그램과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2016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상반기 개봉해 두발로 걷고 말하는 포유류 설정이 어색하지 않은 타이밍에, <>은 경쟁사의 흥행작이 일궈낸 설정을 가져다가 하고픈 이야기를 펼친다. 남이 공들여 깔아놓은 멍석을 빌려다 그 위에서 판을 벌이는 모양새다. 무모한 듯하나 영리하다.

할리우드에서는 제2의 존 래시터라고 불리는 일루미네이션의 대표 크리스 멜레단드리가 기획하고, <람보의 아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연출한 영국 출신의 가스 제닝스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의 무모하고 영리한 성향은 캐릭터로 이어진다. 주인공 버스터 문(매튜 매커너헤이)은 끝없이 낙천적인 코알라다. 어릴 때 아버지가 데려간 극장에서 처음 음악 공연을 본 뒤 사랑에 빠져, 어른이 되어서 극장을 운영하게 된 공연 기획자이자 극장주다. 다만 그가 기획한 모든 공연이 실패하면서 지금은 극장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200살은 족히 된, 그래서 실수가 더 많은 이구아나 크라울리 여사(가스 제닝스)를 비서로 둔 그는, 극장을 위기에서 구하려고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본래 상금은 1천달러였으나 크라울리 여사의 “눈알이 빠지는” 실수 때문에 100배나 많은 10만달러를 상금으로 내건 경연대회 전단지가 도시에 뿌려진다. 그렇게 시작된 의도하지 않은 사기극에 저마다의 꿈을 가진 동물들이 모여든다.

오디션에서 버스터 문의 날카로운 심사를 통과한 동물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25마리나 되는 아기 돼지들과 일에 지친 남편을 돌보며 가수의 꿈을 접었던 엄마 돼지 로지타(리즈 위더스푼), 마피아인 아버지를 도와 범죄에 가담해왔지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고릴라 조니(태론 에거턴), 로커 남자친구를 돕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가 홀로 발탁돼 남자친구와 사이가 나빠지는 호저 애쉬(스칼렛 요한슨), 일확천금으로 흥청망청한 삶을 꿈꾸는 가난한 거리의 악사 생쥐 마이크(세스 맥팔레인) 등이 <>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주연들이다. 여기에 놀라운 목소리를 가졌지만 무대공포증이 심해 마이크 앞에서 입을 떼지 못하는 코끼리 소녀 미나(토리 켈리)가 합류한다. 미나는 오디션에서는 떨어졌지만 버스터 문 곁에서 공연을 도우며 무대에 오를 날을 꿈꾼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지원자들이 그러하듯 개성이 모두 다른 다섯팀의 연습은 쉽지 않고 매일이 해프닝이다. 그러던 중 뒤늦게 전단지의 오류를 발견한 버스터 문은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상황은 그의 손을 떠난 지 오래이고, 왕년의 인기 가수인 나나 누들먼(제니퍼 손더스, 제니퍼 허드슨)에게 멋진 사전 공연을 선보여 후원을 받는 일에 희망을 건다. 그러나 까다롭고 괴팍한 노인으로 악명 높은 나나 누들먼을 초대한 프리뷰에서 엄청난 사고가 발생한다.

다종다양한 동물들의 움직임과 습성이 반영된 캐릭터들을 보는 것, 익숙한 배우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즐겁다. 리즈 위더스푼, 스칼렛 요한슨, 태론 에거턴 등 알려진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른 덕분에 확인할 수 있는 빼어난 가창력도 놀라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화려한 목소리 출연진,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감독의 이름, 아름다운 화면이 증명하는 기술적 성취, 히트곡 퍼레이드로도 가리지 못한 약점은 스토리텔링이다. 캐릭터와 그에 맞춰 선택된 동물 사이의 연결이 느슨한 것도 마찬가지. 특히 에너지가 집중되는 후반부에 비해 전반부의 흥미가 덜한 것이 아쉽다. 수시로 튀어나오는 일루미네이션의 전매특허 개그 코드도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될 듯. 어쨌든 영화의 후반부, 폐허가 된 극장터에서 펼쳐지는 20분 동안의 공연 장면은 누구라도 좋아할 클라이맥스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애니메이션 <>은 지난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됐고, 오는 12월21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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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