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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 조성형 감독
글·사진 한주연(베를린 통신원) 2016-12-15

재독 영화감독 조성형의 신작 다큐멘터리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이 올여름 독일 전역에서 개봉했다. ‘북한’ 하면 떠오르는 매스게임, 군사행진 같은 이미지는 이 영화엔 없다. 조성형 감독은 직접 인터뷰어로 출연해 북한 사회의 이모저모를 담아냈다. 이 작품은 개봉 당시 독일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고, 2016년 크고 작은 독일 내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영화는 출연자들을 세심하게 화면에 담고, 끈질기게 피상적 모습을 관찰함으로써 북한의 가장 아름다운 면을 보여준다”며 극찬했다. 지난 11월24일 베를린에서 교민들과 함께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을 관람하는 상영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성형 감독을 직접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작과 달리 감독님이 직접 영화에 출연한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인 나와 이야기하며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다. 북한에서 촬영한 영화들이 많다. 그런데 거의 똑같다. 나에게도 별다른 것을 보여주진 않을 텐데,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북한과 관련된 다른 영화들과 내 영화가 구별되는 단 하나는 영화를 찍는 내가 남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

-인터뷰에 응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내가 아마 북한에서 감시원들 없이 영화를 찍은 첫 번째 사람일 것이다. 감시원들에게 북조선 사람들이 외국에 뻣뻣하고 부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원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좀 물러나주더라.

-영화에 ‘향토영화’라는 부제가 붙었다.

=나는 독일이 통일되던 해에 독일에 왔다. 그리고 이제는 독일 사람이 되었다. 신기한 것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나니 한국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한반도 전체의 한국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북한도 나중에 통일되면 내 고향의 일부이고, 남한은 당연히 내 고향이다. 북한은 남의 나라나 적의 나라가 아니라 ‘코리아’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또 남한에는 이제 없어진 어릴 적 시골 고향 모습이 북한엔 그대로 남아 있다. 그것을 실제로 보니 따뜻한 마음이 생기면서 서글퍼지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그래서 ‘향토영화’라는 부제를 붙였다.

-이 영화 때문에 국적을 버린 건가.

=처음 국적을 바꿨을 때는 굉장히 이상했다. 한국 여권에 무효라는 도장이 쾅 찍히니 기분이 상하더라. 처음엔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남쪽 국적을 버리면서 남북한을 아우르는 ‘코리안’이 된 거다. 그래서 이제 북한에 가도 고향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남쪽은 당연히 내 고향이고 그렇다.

-북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느린 슬로모션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출연진을 세심하게 뽑았다 하더라도 그들은 다 선출된 사람들이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말을 걸 수도 없고, 그들을 오래 쳐다볼 수도 없다. 우리가 거리에서 슬로모션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은 버스 타는 사람들, 지나가는 사람들이다. 슬로모션만이 이들을 오랫동안 자세히 볼 수 있다.

-영화 마지막에 환한 영정 사진과 어두운 주위 장면이 인상적이다.

=북한에서는 밤 12시가 되면 종이 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을 숭상하는 노래를 튼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마지막에 넣은 것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내가 북한을 떠날 때 우린 언제 통일이 되나 하는 마음에 기분이 착잡했다. 그런 마음을 음악과 어두움으로 표현했다. 북한 사람들은 정겹지만 시스템은 정말 별로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그런 노래나 부르게 하고. 정말 답답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보고 그 뒤에 있는 시스템은 관객이 느끼라는 거다. 영화에서 사람들 좋은 것만 보여주면 그 뒤에 있는 시스템은 못 보지 않나. 관객이 시스템의 어두운 이면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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