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도서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 변화를 이야기하는 책 다섯권
김수빈 사진 백종헌 2016-12-20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햄릿의 가장 유명한 독백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뒤따른다. “어느 쪽이 더 장한가. 포학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마음으로 받아내는 것, 아니면 환난의 바다에 맞서 무기 들고 대적해서 끝장내는 것?(후략)” 최근 <햄릿>의 새로운 번역본을 내놓은 설준규 박사는 뒤따르는 이 대사들을 토대로 저 유명한 문장을 새롭게 해석했다. “이대로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다.” 단지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인지의 갈림길에서 나온 질문이라는 게 번역자의 생각이다. 올해의 마지막 북엔즈에는 ‘이대로냐, 아니냐’ 하는 절체절명의 질문 앞에서 보다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모색하길 택한 책 다섯권이 꼽혔다.

셰익스피어 문학의 정수 <햄릿>의 주인공 햄릿은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다. 햄릿은 억울하게 독살당한 선왕의 복수를 위해 거짓으로 미친 체한다.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여인 오필리아와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의 죽음이 따른다. 햄릿 역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지만, 끝내 독을 바른 칼로 왕을 죽인 후 숨을 거둔다. 복수 서사의 대표 주자면서 고뇌하는 지식인의 상징인 햄릿은 때로 우유부단한 인물을 대표하기도 한다. 괴테는 “아름다운 꽃들을 품어야 했을 값진 화분에 한 그루 참나무가 심어졌고, 뿌리가 뻗어나가자 화분은 산산조각이 난다”는 근사한 비유로 햄릿을 평했다.

<아내 가뭄>은 가사 노동에 얽힌 성차별을 지적하고 사회 구성원의 인식과 제도적 변화를 촉구한다. 저자 애너벨 크랩은 가사 노동을 당연히 여성의 몫으로 인식하고 남성의 가사 노동에 편견어린 시선을 보내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해제를 맡은 <아주 친밀한 폭력>의 저자 정희진은 말한다. “‘주부’나 ‘아내’는 정체성도, 직업도, 지위도 될 수 없다. ‘아내 가뭄’은 모두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반대로 어느 누구도 ‘아내를 가질’ 특권은 없다는 뜻이다.”

<미스 함무라비>에서는 정의의 법정을 꿈꾸는 신입 판사와 그로 인해 작지만 큰 변화의 바람이 부는 법정이 무대다. 소설에는 정의감에 가득 찬 판사, 부패한 판사 등 가지각색의 판사들이 등장하지만 하나같이 “햄릿처럼 갈등하고 고민”하며 “정답이 없는 안개 속을 헤쳐나간다”. 저자는 결국 “해결의 실마리를 쥐는 것은 시민들”이라며 “권리 위에 잠자지 말자”고 외친다.

<양과 강철의 숲>와 <물의 감옥>에 감도는 변화의 의지는 보다 개인적이다. <양과 강철의 숲>에서 홋카이도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큰 꿈도 없이 평범하게 지내던 도무라는 조율이란 숲을 만나고 난 뒤,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경험을 한다. 그는 조율사의 꿈을 품은 후 “작년의 내가 피아노에 남긴 것을 올해의 내가 새롭게, 좀더 좋게,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오로지 좋은 소리를 위해 매진한다. <물의 감옥>은 동생에 대한 그릇된 애착을 가진 인물이 저지르는 복수의 파장을 그린다. 그 안에서 부패한 경찰 권력의 현재가 생생히 묘사되며 새롭게 투입된 신입 경찰은 악연의 고리를 끊고 개개의 삶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