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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청년을 위로하는 범죄 어드벤처 - <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

남북 분단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코믹과 드라마, 판타지로 풀어내며 800만 관객을 동원한 <웰컴 투 동막골>(2005)의 박광현 감독. 그가 근 10년 만의 신작 <조작된 도시>(제작 (주)티피에스컴퍼니·배급 CJ엔터테인먼트)로 돌아왔다. ‘찌질한’ 백수 청년 권유(지창욱)가 게임 세계에서 펼치는 영웅적인 모험담. 박광현 감독 특유의 재치 있는 상상력으로 패배감에 빠진 이 시대의 청년들을 위로하는 메시지가 담긴다. 지금은 게임 세계 창조를 위한 CG 작업이 한창으로, 내년 상반기 개봉예정이다.

-게임에 빠진 백수 청년 권유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전작 <웰컴 투 동막골>이 할머니와 아이가 공존하는 영화였다면, 이번 작품은 청년이 주가 된다. <웰컴 투 동막골>이 전 세대가 보는 그 시대의 아름다운 영화라면, 이번 작품은 음악으로 보자면 힙합과 록에 가깝다. 그래서 전작의 푸근함과 달리 호흡이 빠르다.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 있지만 산만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아이돌 그룹을 보면 다양한 역할을 하는 멤버들이 어우러지지 않나. 그게 지금 상업영화의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영화의 방향을 모색했다.

-권유는 현실에서는 백수 청년이지만, 게임 세계에서는 팀을 이끄는 최고의 리더, 영웅이다. 캐릭터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젊은데도 불구하고 소심하고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 일자리가 없고 패배적이 된다는 것은 결국 이 시대가 만든 불행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알고보니 약자였고, 상당 부분은 어른들의 잘못인데 그게 마치 그들의 잘못인 것같이 인식되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 이 영화를 통해서 ‘너희들의 문제가 아니야. 너희들은 충분히 이 세상에서 신나게, 미친 듯이 일할 수 있게 되어야 해’라고 에둘러서 말해주고 싶다. <웰컴 투 동막골>이 그 당시 사람들이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휴식’의 영화라면, 지금의 20대들에게는 이 영화로 ‘위로’를 주고 싶다. 내가 만든 이 신나는 세계로 들어와서 즐기라고.

-비극의 한가운데에서 내리던 <웰컴 투 동막골>의 ‘팝콘 비’의 역할은 단순히 시각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박광현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그런 판타지를 기대하게 된다.

=나는 ‘조금 옆에 있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 흔히 범죄라는 말이 들어가면 굉장히 무겁고 복수심을 기반으로 내달리게 되는데, 이 영화의 경우 엄청난 비극에 빠져 있긴 하지만 권유가 체험하는 모험의 톤은 경쾌하고 영화적 유희로 가득 차 있다. 멀게는 <백 투 더 퓨처>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같은 할리우드영화, 가깝게 보자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같은 영화의 톤을 떠올렸다. 무겁지 않다고 해서 가벼운 건 아닌데, 작업하는 동안 내가 생각하는 그 톤을 설명하고 잡아나가는 게 너무 힘들더라. 촬영 후 후반작업에서 오랜 시간 난항을 겪은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인데, 편집에서 여유를 가지고 그걸 찾아나간 것 같다.

-가상세계의 구현에서 그 독특함이 배가될 것 같다.

=<웰컴 투 동막골>의 팝콘 비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은 이 영화의 장면 중 하나가, 권유가 가상세계의 ‘징벌방’에 감금되는 장면이다. 어두운 방에 있다보니 시각이 마비되어 소리로 감각을 구현하는데, 쌀을 이용해서 소리를 형태로 파악하는 장면이 있다. 극의 흐름에서 보면 중요한 액션으로 다가올 것 같고, 찍는 데 애를 많이 썼다.

-‘조작된 도시’라는 제목이 한층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시국이다.

=처음 이 영화를 시작할 때 ‘조작’은 영화적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 시작할 즈음 국가적 차원의 조작 사건이 나오더라. 간첩, 국정원 등등의 이야기가 불거지니 사람들이 내가 정부를 상대로 범죄 스릴러 영화를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시선을 보낸다. (웃음) 오해다. 영화가 어쩔 수 없이 시대를 담게 되고 상징적인 지점들이 있지만, 그런 데 너무 함몰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내가 바라보고 만들려는 것은 한마디로 ‘범죄 어드벤처’다.

synopsis

별 볼일 없는 백수 권유(지창욱). 하지만 게임 세계에서는 팀 ‘레주렉션’을 이끄는 최고의 리더다. 우연히 살인자 누명을 쓰게 된 그는 천재 해커 여울(심은경)의 도움을 얻어 철저하게 조작된 사건의 실체에 맞서게 된다. 무자비한 악당 마덕수(김상호) 등이 그의 뒤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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