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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언제나 주인공 - <조작된 도시> 지창욱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7-02-07

지창욱은 순정물과 액션물과 학원물을 두루 섭렵하고 현실계로 넘어온 ‘만찢남’ 같았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이목구비는 더욱 반듯하고 시원했으며 말할 때는 조리 있고 태도는 차분했다. 괜히 한류 스타가 아니었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기복 없이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해온 그는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2009), <웃어라 동해야>(2010), <무사 백동수>(2011), <기황후>(2013), <힐러>(2014), 최근의 <THE K2>(2016) 등에서 늘 주인공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이 유일한 상업영화일 정도로 스크린에선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지창욱은 그저 “영화라는 장르를 애써 피한 건 아닌데 연이 닿지 않았던 것 같다. 무언가를 도전하는 데 늦고 빠름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뒤늦은 첫 영화 주연이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그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을지도 모른다.

<조작된 도시>에서 지창욱은 게임 세계에선 권대장으로 현실 세계에선 권유로 살아간다. 한때는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였지만 현재는 PC방을 내 집 삼고 있는 백수이며, 엄마에겐 애물단지 아들이지만 게임 세계에선 팀 레쥬렉션 동료들에게 존경받는 리더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강간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수감된다. <조작된 도시>는 평범한 영웅들이 세계를 조작하려는 이들을 향해 통쾌하게 킥을 날리는 영화다. “평범한 사람이지만 부조리함과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진” 권유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평범한 영웅들의 도움을 받고 또 그들의 리더가 된다. 작품을 결정할때 “자신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아무리 재밌고 훌륭한 작품이어도 스스로 자신이 없고 확신이 안 서면 섣불리 결정을 못한다”고 했다. <조작된 도시>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을 때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리더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인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그것도 첫 주연 영화에서? 또 시나리오 중간중간 만화적 요소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관객에게 잘 설득시킬 수 있을까? 그런 걱정들이 있었다. 그런데 박광현 감독님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면서 색다른 영화가 나올 수 있겠다,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선한 자극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움직인다”는 그에게 <조작된 도시>는 좋은 선택지였다.

현장에선 “디테일하고 집요하게 본인이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테이크를 반복하는” 박광현 감독의 작업 스타일에 익숙해져야 했다. “전체적으로 쉽게 넘어간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는 느낌을 구체화시켜 표현해야 했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 과정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 감독님이 오케이한 거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마음 말이다.” 결과적으로 지창욱은 권유를 평범하지만 특별한, 특별하지만 평범한 인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소화해야 할 액션도 많고 끌어내야 할 극한의 감정도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다. 드라마를 통해 차곡차곡 쌓은 액션 내공은 영화의 첫 장면부터 빛을 발하고, 멋진 리더에서 지질한 백수로, 억울한 피해자에서 반격에 나서는 영웅으로 물 흐르듯 캐릭터를 변주해가는 능력도 상당하다. 자신은 “리더로서의 자질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며 몸을 낮췄지만 영화에서만큼은 제대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한국영화가 뒤늦게 지창욱을 발견한 건 아닌가 싶지만 아쉽게도 올해 지창욱은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7월쯤 가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전에 작품을 하나 더 하고 싶어서 검토 중이다. 군대 가기 전에 한국에서 콘서트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조작된 도시> 이후, 30대의 지창욱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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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지상은 / 헤어 정미영 / 메이크업 안나 / 의상협찬 페르드르알렌느, 플랙진, 슈퍼콤마비, 산드로, 느와르라르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