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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10살 차이> 연애도 결혼도 내가 알아서 합니다

2017년 대한민국 사람들은 결혼을 적게 하고, 결혼을 해도 출산을 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녀 없는 기혼여성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들 각자 단순하지 않은 생각이 있을 텐데, 나라와 방송은 그들 걱정을 꽤나 심층적으로 해주겠다고 나선다. 국가 경쟁력이 인구와 비례한다는 그래프를 들추며 조바심을 내더니, 저출생 현상이 여성의 불필요한 고스펙 때문이라는 어이없는 연구 결과를 국책 연구기관을 통해 발표한다. 그렇다고 결혼할 줄 아나? 아기 낳을 줄 아나? 대답은 ‘아니올시다’다. “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하고 살지.” 문제의 연구기관 앞에서 벌어진 시위의 플래카드 문구다.

tvN의 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 <10살 차이>. 최여진, 황보, 황승언 세 여성 출연자가 10살 연상과 10살 연하의 남성과 소개팅을 하고, 선택을 한다. 캐치프레이즈는 ‘나이혁명 로맨스’다. 하지만 제작진이 뽑아낸 ‘열정과 안정’이라는 자막은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혁명적이지 않다. 10살 연상과 연하 커플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지만, 낡았다. 이런 컨셉으로 지속 가능한 재미와 의미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심히 궁금하다.

<사랑의 스튜디오>, <>, 최근의 <불타는 청춘>까지 ‘짝짓기’ 아이템은 방송의 큰 축이었다. 예능을 다큐처럼 접근할 필요는 없지만 결혼과 연애에 관한 대대적인 관점의 전환이 요청되는 지금, 이 문제는 간단치 않고 간단하게 다루어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좀머씨 이야기>의 유명한 문장이 오버랩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놔두시오!” 제발 연애와 결혼만큼은 사적인 영역에 놓아두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