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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디즈니 실사영화 <미녀와 야수> 개봉
안현진(LA 통신원) 2017-03-10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는 ‘애니메이션 왕국’이라는 디즈니의 별칭에 더해, 디즈니 스튜디오를 설명하는 또 다른 말이 될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 <정글북> 등 자사가 보유한 클래식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드는 일련의 리메이크에 성공한 디즈니는, 1991년작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역시 실사영화로 완성했다. 이토록 잘 알려지고 사랑받을 준비가 된 영화가 또 있을까? 예외가 있다면 <인어공주>겠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에서 잘 자란 에마 왓슨이 시대를 앞선 여주인공 벨에 낙점됐고,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에서 매튜 크롤리를 연기한 댄 스티븐스가 야수 역할로 캐스팅되며 실사판 <미녀와 야수>에 대한 기대는 날로 커졌다. 이안 매켈런, 이완 맥그리거, 스탠리 투치, 조시 개드, 루크 에반스, 구구 바샤로 등 화려한 연기자들의 이름도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팬들을 더욱 설레게 한 건 <드림걸즈>의 빌 콘돈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사실과,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장식했던 애니메이션들의 삽입곡을 작곡한 앨런 멘켄이 새 노래를 위해 합류한다는 소식이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의 규격에서 벗어나지 않는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뮤지컬영화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조금 달라도 괜찮다고 하고, 사랑이 결국은 모든 걸 구원하리라고 말한다. 어디도 속하지 못했던 미녀가 마법에 걸린 야수와 사랑에 빠져, 그 사랑으로 왕자는 물론 마법에 걸려 물건으로 변했던 성의 하인들까지도 구원하는 원작의 줄거리는 실사영화에서도 똑같다. 그래서 <신데렐라>가 30분이 안 되는 클래식애니메이션을 장편영화로 만들기 위해 촘촘한 이야기의 살을 붙였던 것과 달리 <미녀와 야수>의 실사화에 더해진 이야기와 장면은 손에 꼽는다. 애니메이션에서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됐던 프롤로그는 무도회 장면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했고, 벨이 어린 시절 엄마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모리스와 약초 캐는 여자의 장면 등 몇몇 이야기와 장면이 새롭게 추가됐을 뿐이다. 알려진 것처럼 새로운 노래가 세곡 더해졌는데, 이 노래들은 원래 있던 노래들처럼 귀에도 익숙할 뿐 아니라 기존의 장면에 무리 없이 흡수되어 이야기의 연결을 돕는다.

이처럼 <미녀와 야수>는 거의 모든 장면이 애니메이션을 성실하게 참고해 만들어졌다. 특히 뮤지컬 장면이 그렇다. 마을 사람들이 벨을 두고 “예쁜데 괴짜”라고 수군거리는 ‘Belle’ 장면이나, 선술집에 모여 개스톤(루크 에반스)을 칭송하는 ‘Gaston’ 장면은, 인물들의 움직임은 물론 화면의 구성이나 카메라워크까지도 원작과 유사하게 연출됐다. 등장인물들의 의상이나 소품도 실사로 옮겨지면서 아름다운 디테일이 더해졌을 뿐, 새롭게 창조된 것은 없다. 영화가 애니메이션과 가장 다른 점은, 야수와 함께 저주에 걸려 물건으로 변한 하인들이다. 명랑하고 친절한 그들의 심성은 그대로이지만, 2D애니메이션 속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실사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촛대 뤼미에르(이완 맥그리거), 탁상시계 콕스워드(이안 매켈런), 빗자루(구구 바샤로), 옷장, (새로 추가된 캐릭터인) 피아노(스탠리 투치), 발걸이 의자로 변한 강아지, 찻주전자 부인(에마 톰슨)과 이가 빠진 찻잔 소년까지 실사로 바뀐 물건들이 눈에 익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기하학적이고 환상적이었던 ‘Be Our Guest’ 장면도 그 매력을 잃었다. 1930년대 안무가이자 댄서였던 버스비 버클리에 대한 원작의 오마주가 이번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과 만나 더욱 확고해졌는데, 영화인지 그래픽아트인지 애매하다고 느낄 때쯤 장면이 끝나기는 하지만 즐겁기보다는 난해하다.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의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실사화에 대한 저항이 거셌다. 애초에 왜 실사화를 하냐는 근원적인 불평에서부터 아리아나 그란데와 존 레전드가 부른 주제곡 <Beauty and the Beast>를 두고도 셀린 디옹과 피보 브라이슨이 부른 원곡보다 못하다는 평이 인터넷을 달구었다. 그럼에도 <미녀와 야수>의 실사판이 주는 기쁨은 클라이맥스의 두 장면에 있다. 금빛 드레스를 입은 벨과 야수의 무도회 장면, 그리고 마법에서 풀려나 사람이 된 왕자와 벨이 서로를 알아보고 키스하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에서 느끼지 못했던 생생함을 선사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왕자보다 야수가 사랑스러웠다면, 영화에서는 단연 사람으로 돌아온 왕자가 멋있다는 것도 그 기쁨에서 빼놓을 수 없겠다. 마법이 풀린 뒤부터 잠시지만 볼 수 있는 역대급 목소리 출연진의 실사 연기도, 그 자체로 감동이다. 그러니 실사영화 <미녀와 야수>가 뻔하다 할지라도 미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앨런 멘켄이 실사판 <미녀와 야수>를 위해 새로 만든 노래들

지난 3월5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미녀와 야수> 기자회견은 작곡가 앨런 멘켄의 미니 리사이틀로 문을 열었다. 멘켄은 새 영화를 위해 만든 노래 세곡과 원작의 유명한 곡들을 메들리로 엮어 피아노로 연주하며 노래했고, 영화에서 개스톤을 연기한 루크 에반스와 르 푸를 연기한 조시 개드를 초대해서 <Gaston>을 함께 불렀다.

2017년 실사판 <미녀와 야수>에는 1991년작 애니메이션이나 1994년부터 공연을 시작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들을 수 없었던 새 노래 세곡이 삽입됐다.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와 <Days in the Sun> 그리고 <Evermore>다.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는 마을에서 돌아온 벨이 아버지 모리스(케빈 클라인)의 아침식사를 챙기는 장면에서 처음 모리스가 부르고, 나중에 무도회 장면에 앞서 벨의 목소리로 다시 한번 불리는, 사랑과 기억에 대한 노래다. 멘켄은 처음에 이 노래의 제목을 ‘Our Song Lives On’이라고 지었는데, 나중에 바꾸었다. O.S.T에는 케빈 클라인, 에마 왓슨이 부른 두 가지 버전에 더해 셀린 디옹이 부른 버전까지 세 가지로 수록됐다.

두 번째 곡은 <Evermore>로 벨에게 자유를 준 야수가 성의 탑에서 홀로 서서 울부짖듯 부르는 노래다. 영화에서는 댄 스티븐스가 불렀고, 앨범에는 조시 그로번이 부른 버전이 함께 수록됐다. 마지막 곡인 <Days in the Sun>은 벨과 야수, 그리고 성의 모든 물건이 잠자리에 드는 평화로운 장면에 삽입된 곡으로 성의 물건들이 한 소절씩 부른다. “자장가처럼 들리는 노래로, 모두가 행복한 때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멘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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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