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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해 보이지만 쓸쓸하고, 또 말끔하게 잘 정돈된 것 같지만 실상은 텅 비어 있는 <오버 더 펜스>
김현수 2017-03-15

요시오(오다기리 조)는 어떤 사건을 겪고 난 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하코다테에 내려와 직업훈련학교를 전전하며 살아간다. 그가 우연히 술집에서 마주친 사토시(아오이 유우)는 낮에는 놀이공원, 밤에는 술집에서 일하는데 왠지 성격이 좀 이상하다. 겉으로 보기엔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묘한 공통점을 발견하며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하지만 그 관계는 결코 순탄하지 않다. 요시오는 남들과 다른 사토시의 유별난 성격을 좋아하지만, 그녀에게 자신의 과거를 밝히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영화는 평범해 보이지만 곪아터진 속을 감추며 살아가는 두 남녀의 관계를 달콤쌉싸름한 러브 스토리로 포장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 대신에 각자의 삶에 지쳐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잠근 채 살던 두 사람이 또다시 시작된 만남에 힘겨워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았다.

홋카이도에 위치한 하코다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버 더 펜스>는 작가 사토 야스시의 ‘하코다테 3부작’ 소설 중 3부에 해당하는 소설 <황금의 옷>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오다기리 조와 아오이 유우는 ‘사랑을 잃은 남자’와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의 쓸쓸한 관계를 구슬프다 못해 처절한 연기로 묘사한다.

빛과 어둠, 달콤해 보이지만 쓸쓸하고, 또 말끔하게 잘 정돈된 것 같지만 실상은 텅 비어 있는 장소와 그 속의 인물에게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서가 인상적인 영화다. 주연을 맡은 아오이 유우와 오다기리 조가 영화 <무시시>(2006)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에서 재회한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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