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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날것 그대로의 감정 - 드레이크, <Fake Love>

드레이크의 새 앨범 《More Life》는 ‘앨범’도 아니고 ‘믹스테이프’도 아닌,‘플레이리스트’라는 해괴(?)한 포맷을 표방한다. 그러나 복잡해지기 싫다면 그냥 앨범으로 이해해도 별 상관은 없다. 22개의 신곡이 82분 동안 흐르니까. ‘남자답지 않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힙합의 금기를 깨뜨리는 한편, 랩과 노래를 넘나들기도 하고, 힙합과 팝을 도시의 야경 느낌으로 섞어내는 드레이크 특유의 스타일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그 중에서도 <Fake Love>를 하루에 10번씩 듣고 있다. 언뜻 드레이크의 메가히트곡 <Hotline Bling>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가 귀에 들어오지만 사실 이건 부차적이다. 이 노래에 중독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메시지’다. <Fake Love>의 후렴은 대략 이렇다. “내 주변에는 가짜 사랑을 보여주는 가짜 녀석들이 있어~ 내 얼굴에 대고 뻔뻔하게 말이지~.” 이 노래에서 드레이크는 자신의 성공을 가식적으로 축하해주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자리를 빼앗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고로 노래를 듣는 목적에는 심심해서, 대리만족하려고, 엄마가 들으라고 해서, 위로받으려고 등이 있다고 했던가. 그러나 <Fake Love>는 여기에 ‘공감’이라는 단어를 추가한다. 또한 <Fake Love>는 힙합이 그 어떤 음악보다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다는 사실 역시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이 노래는 우리의 삶에 늘 존재하지만 어떤 ‘학습화’나 ‘강박’으로 인해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감정을, 혹은 아름답거나 올바르게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드러내기 주저하는 감정을 태연한 얼굴로 꺼내놓는다. 이런 게 바로 내가 힙합을 좋아하게 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