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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E.T.>같은 가족영화가 되기를 - <극장판 또봇: 로봇군단의 습격> 이달, 고동우 감독
송경원 사진 백종헌 2017-05-02

레트로봇은 특별한 걸 당연하게 만들 줄 안다. <또봇>은 남자아이들을 공략하는 완구용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달, 고동우 감독을 만나 2009년 첫 방영 이후 7년 만에 극장판으로 거듭난 <또봇>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제작 완료는 진즉에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개봉은 다소 늦어졌다.

=이달_ 원래 지난해 봄에 개봉하려 했다. 중국 개봉 제의가 들어와서 그걸 목표로 일정을 짰다. 세 단계에 걸친 중국 내 심의도 2단계까지 통과했는데, 3단계 심의가 지지부진하는 사이 최근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다시 개봉 시기를 고민하다가 지난해 가을 즈음 2017년 어린이날 개봉으로 결정됐다. TV시리즈 한 시즌의 절반 정도의 예산이 들어갔다. 중국 개봉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성공 여부에 따라서 두 번째, 세 번째 영화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어 초조한 마음으로 기대 중이다.

-<또봇>의 명성을 생각하면 이제야 극장판이 나온 게 의아하다.

=고동우_ 국내에서 TV시리즈가 극장판으로 넘어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뽀롱뽀롱 뽀로로>도 10년 걸렸는데 <또봇>은 7년 만에 나왔으니 오히려 꽤 빠른 편 아닌가 싶다. (웃음) TV시리즈는 아무래도 완구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데 반해 극장판은 상대적으로 콘텐츠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편으론 <또봇>을 7년간 만들어왔지만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있다. 관객을 어두운 방 안에 가둬놓고 80분간 집중해서 보도록 한다는 건 무척 매력적인 일인 동시에 걱정도 된다.

-TV시리즈를 만들 때와 극장판을 제작했을 때 무엇이 가장 달랐나.

이달_ TV시리즈는 제작부터 방영까지 사이클이 짧다보니 그즈음의 이슈나 시청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극장판은 그게 어려운 대신 한 장면을 연출할 때 대사의 토씨 하나까지 꼼꼼히 점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회의를 많이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웃음) TV시리즈는 완구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신상품이나 새로운 캐릭터 소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다. 극장판은 어떻게 하면 좀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지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보통 에피소드별로 이달 감독과 작업을 나누는데 이번에는 이달 감독이 대사 부분, 내가 액션 부분을 주로 맡아 작업했다.

이달. 고동우 감독(왼쪽부터).

-대개 TV시리즈를 극장판으로 만들 때 한 시간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과감하게 80분으로 만들었다.

고동우_ 처음 기획할 땐 국내 사례들에 맞춰서 70분을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스토리보드를 만들어보니 90분이 훨씬 넘더라. 카메오로 출연하는 훤빈(<또봇>의 악당 중 한명)이나 다른 <또봇> 파일럿들 분량을 1차적으로 덜어냈다. 쪼꼬봇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뺄 땐 뼈를 깎는 고통이 있었지만(웃음), 결과적으론 지금의 호흡에 만족한다. 사실 <겨울왕국>도 90분이다. 문제는 길이보다 이야기의 호흡이라고 생각한다. 지루할 틈만 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미 19기까지 나온 상황에서 극장판은 9기와 10기 사이의 이야기를 선택했다. 꽤 과거로 돌아간 셈인데.

이달_ 10기를 기점으로 해서 캐릭터와 또봇들이 상당히 늘어났다. 완구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극장판은 본래의 재미, 단단한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또봇>의 초석을 다진 1, 2기와 5~8기를 집필한 김미혜 작가와 함께했다. 항상 기대치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작가라 <바이클론즈>가 끝난 후 아예 이사로 모셔왔다. (웃음) 애초의 시나리오는 좀더 메시지를 강조했는데, 자연스럽게 녹여낸 지금의 결과물은 김미혜 작가의 공이 크다.

-2009년 <또봇>에서 시작해서 2014년 <바이클론즈>, 현재 <애슬론 또봇>까지 또봇의 세계관 안에서 따로 또 같이 작품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연상되는 전략이다.

이달_ 마블 히어로물이 하나의 세계 안에서 연결되는 걸 보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레트로봇도 기왕에 로봇물로 이름을 알리게 됐으니, 앞으로 로봇애니메이션 장르를 좀더 확장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현재 7개 정도의 기획안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TV시리즈도 있고 오리지널 극장판도 있다. 아직은 약간 느슨한 정도의 연결이지만 갈수록 서로 비교해보는 재미가 늘어날 것 같다.

-<바이클론즈> 기획기사(1011호, 김혜리의 <바이클론즈> 탐색기) 이후 <씨네21> 내부에서도 레트로봇의 팬이 생겼다. 아동완구애니메이션이라곤 하지만 어른들이 봐도 재미있다.

고동우_ TV시리즈는 4~7살 남자아이들을 주로 공략한다. 극장판의 경우엔 가족 관객을 상상하며 만들었다. 부모님들도 표를 사고 들어오는데 재미없다고 하면 안 된다. 그중에서도 이번 영화는 아빠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보여주고 싶은 영화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예를 들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E.T.> 같은 가족영화가 되었으면 한다. 가족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메워주며 가족이 되어가는 영화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이달_ 레트로봇의 작품이 일부 성인 관객에게도 사랑받는 건 완성도보다는 전반적인 결핍 때문인 것 같다. 애니메이션 팬들은 존재하는데 그들이 만족할 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 좋든 싫든 일본 애니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동을 메인 타깃으로 하지만 성인들이 즐길 만한 요소도 갖추고 있는 <또봇>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작품에 대한 반가움의 표현이랄까. 사랑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어디까지나 아동애니메이션이란 전제를 깔았을 때의 특별한 점이고 청소년, 성인 관객을 만족시키기엔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이번 극장판을 통해 그런 아쉬움들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싶었다.

-좀전에 TV시리즈에선 시의성을 반영한다고 했던 것처럼 <또봇>은 단지 한국에서 제작한 완구애니메이션이란 차원을 넘어 자잘한 생활 스케치에서 한국적인 정서들을 녹여냈다.

고동우_ 특별한 게 아니다. 당연한 거다. 디테일에 공을 들이지 않고는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론 단순히 완구 판매가 목표라면 적당히 뭉개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돈을 많이 버는 일도 아니고 만드는 보람이나 재미가 없으면 할 수 없다. 디테일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즐겁다. 그래서 주어진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또 한 가지, 애초에 국내 시장용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영실업으로부터 한국적인 문화색을 마음껏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먹거리나 간판, 상품 등 사소한 것에서 익숙함을 주려 했다. 이번에도 사실 제주도가 아니라 사찰이나 강원도 고랭지 배추밭을 배경으로 싸우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웃음)

-아빠와 아들간의 이야기다. 둘 다 아빠로서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고 봐도 되나.

이달_ 처음엔 아빠도 억울하다, 같이 놀고 싶지만 너무 바쁘다라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하다보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게 왠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솔직해지기로 했다. 아이들이 아빠가 필요한 시기가 굉장히 짧다. 그 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우선 아이와 함께 극장에서 <또봇>을 보는 걸로 시작하면 어떨까. (웃음)

고동우_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좋아한다. <걸어도 걸어도>(2008)를 보고 부모님이 그렇게 생각나더라. 영화가 끝난 뒤 가족이 떠오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부디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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